류가자키 레이. 소속은 기교의 장, 능력은 첫 타시 공격력 50% 상승, 클래스는 별 3개.
그렇게 브리튼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는 긴 잠에서 깨어나 기사가 되었다. 하지만 호수에서 인연포인트로 기사들을 수집하는 아서들 앞에 나올때마다 그들은 류가자키 레이가 3성이란 이유로 자신의 기사로 쓰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계속 되다보니 레이는 점점 아서들이 자신을 뽑아 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고 아서들의 부름을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숫가에서 '브리튼에서 강화용 제물이 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던 중 잠깐 단잠에 빠져있던 레이에게 누군가 찾아와 몸을 흔들며 깨웠다.
"...으음..누구..." "죽은 거 아니죠? 기사님? 일어나 보라니까."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눈을 뜬 레이 앞에 왠 남자가 있었다. 남자가 해를 등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의 어두컴컴한 파란 머리와 다른 금발과 티끌없이 하얀 피부가 무척이나 빛났다. 그리고 예쁘게 올라간 속눈썹이 매력인 눈으로 눈웃음을 치면서 남자는 레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키세 료타라고 104,7896,0341번째 아서임다. 당신은 누구야?" "아, 저는 류가자키 레이라고...." 멍하니 키세 료타의 외모에 반해 더듬었던 레이의 말을 자르고 키세 옆에 있던 서포트 요정인 리페가 팔짱을 끼고 차갑게 치고 들어왔다.
"아서, 이 녀석은 쓸모가 없어. 가져가봤자 몇 푼 주고 강화용 제물로 쓰는 게 더 이익이야."
"리펫치, 저는 아서가 아니라 키세 료타임다."
리페의 말을 들으니 레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역시는 자신은 강화용 제물 말고는 쓸모가 없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앞에서 빛나고 있는 키세가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
"비록 3성이지만 류가자키 레이를 데리고 갈검다. 저는 아직 초보이니 3성도 충분하다구요."
데리고 간다니, 정말 나를? 키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레이는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키세는 그런 그에게 웃어주면서 책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
"제 기사단으로 와주세요. 류가자키 레이."
예쁜 눈을 접으면서 웃는 키세는 어느 여기사들 보다 반짝거렸고 레이는 그런 그의 아름다움에게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
그렇게 키세의 기사단에 들어간 레이는 매일매일 그와 함께 비경을 돌면서 요정과 강적들을 처지했다. 키세가 초보라서 탐험을 하거나 전투를 하면서 조금 버거워 할 때마다 레이는 호수에 홀로 남아서 스스로 배운 브리튼에 관한 이론으로 키세가 좀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었다. 호수에만 있던 기사치고 많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에 서포트 요정인 리페도 잠시나마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레이의 능력이 첫타시 공격력 50% 상승이었기에 전투의 선봉장은 언제나 그가 되었다. 레이의 능력이 빛을 발 할 때마다 키세는 기뻐하며 레이를 강화 시켜주었다. 하루는 레이가 키세에게 금발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해주자 키세는 즐겁게 조잘대며 이렇게 말했다.
"저만큼은 아니지만 류가자킷치의 파란 머리도 예뻐요.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거 같슴다."
키세가 함께 커가는 자신의 모습에 레이는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키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날이 행복했다.
그렇게 키세가 점점 더 강한 왕이 되어가면서 강한 기사들이 기사단의 일원이 되었다. 말로만 듣던 유명한 기사들의 모습에 레이는 신기했고 동경했다. 하지만 레이와 같은 능력이지만 그보다 공격력이 좋은 예쁜 여기사가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선봉장 자리는 그녀가 되었다. 점점 전투에 참가하는 횟수가 줄어듬에 따라 레이와 같은 3성 기사들은 클래스가 더 높은 기사들의 강화용 제물이 되며 한명씩 사라졌다. 결국 키세의 기사단에서 3성 기사는 레이 혼자 뿐이었다.
무척 강했던 각성 요정을 마지막까지 잡은 키세 기사단은 그 날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승전파티를 열었다. 리페과 같이 축제를 연 키세 옆에는 다들 쟁쟁한 기사들만이 있었다. 서로 누가 공격력이 제일 높아서 각성 요정을 잡을 수 있었다며 자기 자랑과 함께 자신들을 키워주고 이끌어준 키세를 칭찬했다. 당연히 키세는 환하게 웃으며 기사들과 같이 파티를 즐겼다. 그에 비해 레이는 그들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채 혼자서 꿀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음은 씁쓸한데 꿀술은 지독하게 달았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레이는 잠을 청하지 않고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옷가지 몇 벌과 최근에 날을 갈지 않았던 무기, 비상식량 약간, 그리고 '브리튼에서 강화용 제물이 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 책이었다. 책이 제법 두꺼워서 짐 무게를 생각해서라도 두고 갈 까 했지만 이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책은 첫 만남의 추억도 담겨 있었다. 얼마 없는 짐을 다 챙긴 레이는 다른 기사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진영을 빠져 나갔다.
이제 쓸모 없는 자신은 기사단에 남을 필요가 없었다. 다른 3성 기사들처럼 강화용 제물로 끝끝내 사라지기 싫었던 레이는 결국 진영에서 벗어나는 걸 선택했다. 자신이 사라지는 것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지만 키세와의 추억이 사라지는 건 너무 무서웠다. 아무튼 무단으로 탈영하는 거라 나중에 진영으로부터 어떤 벌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레이는 왠지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숲의 어둠 속으로 그가 사라졌다.
아직도 동이 트지 않는 새벽을 등에 업고 한참을 숲 속을 걸어가고 있는 레이는 하나씩 키세와의 추억을 생각하고 있었다. 환하게 빛나던 왕의 금발을 떠오르고 있던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갑자기 강한 서포트라이트가 비추었다. 망막을 세게 찌르는 강한 빛이라서 레이는 잠깐 앞이 보이지 않았다. 팔로 얼굴을 가리고 눈도 못 뜨고 있는 동안 그의 앞에서 키세가 빛 속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류가자킷치! 어째서 진영을 빠져 나간검까!"
빛은 사그라지지 않아서 화내는 키세의 말에도 레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자극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에서 어째서 키세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스스로 물었고 답은 제물이라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자 레이는 울고 싶어졌다.
그런 레이의 마음을 모르는 키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져도 그에게서 답이 없자 얼굴을 가리고 있는 팔을 잡아 거칠게 끌어당겼다. 레이의 안경에 맺힌 눈물 방울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그렇다고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을 진영으로 다시 데려갈검다. 그리고 이 죄는 가서 치르도록 하겠어."
"...어차피 나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얼굴을 푹 숙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레이의 말에 키세는 충격을 받아 멈칫거렸다. 그런 그에게 상관하지 않고 레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른 기사들처럼 강화용 제물이 될 운명이라면 여기서 날 놔주세요. 내 몸이 사라지는 것은 상관없어도 너와의 추억마저 사라지는 건 싫습니다. 나에게 모래알같은 동정심이 남아 있다면 제발 보내주세요."
"......누가 류가자킷치를 제물로 한다고 했슴까."
키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레이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말하려던 찰나에 키세가 두 손으로 레이의 얼굴을 잡고 자신을 볼 수 있게 들어 올렸다.
"누가 류가자킷치에게 그런 말을 했냐고! 내가 당신에게 그렇게 한다고 말했슴까?"
"하지만, 너에겐 이미 나보다 우수한 기사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들과 당신의 가치를 비교하지 마세요!"
이 순간이 가장 괴로운 건 레이인데 어째서 키세가 자신보다 더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왕 중에도 그를 기쁘게 한 것은 키세가 온몸으로 레이를 제물이 아닌 기사로서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꿈 같은 지금 시간이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류가자킷치는 비록 다른 기사들보다 강하지 않아도 저에게 제일 중요한 기사임다. 3성 중에서 코스트가 제일 낮은 기사는 당신 밖에 없어서 요정과의 결투에 숟가락 얹기 좋다구요. 요새는 아서들끼리 요정을 처리하는 데 경쟁이 심해져서 류가자킷치를 자주 부르지 못하고 강화 시켜 주는 것도 다른 기사들부터 해줘서 그건 미안함다. 하지만 이것만 알아주세요."
이번에는 키세의 말에 기뻐서 우는 레이에 웃어주면서 키세는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류가자킷치는 훌륭한 숟가락 기사이고 나는 당신을 제물로 쓰지 않을거야."
키세의 말에 감동한 레이는 그간에 느꼈던 외로움이 한번에 밀려와 이번에는 목놓아 울었다. 자기처럼 다 큰 남정네가 앞에서 오열하고 있는 모습에 키세는 당황하고 서둘러 레이를 달래주었다. 아무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던 리페는 한심하고 생각했지만 이내 웃고 말았다.
류가자키 레이. 소속은 기교의 장, 능력은 첫 타시 공격력 50% 상승, 클래스는 별 3개.
지금 그는 키세 기사단에 속해 있으며, 코스트 대비 높은 공격력과 능력으로 브리튼에서 전설의 숟가락 기사라고 칭송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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