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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농/장편 2015. 9. 14. 23:08[흑적] 나비처럼 날아 1
안녕하세요. 김아오입니다.
흑좌온 3회를 무사히 끝내고 왔습니다.
여러분.... 마감은 빨리 끝내야 합니다... 데드라인에 아슬아슬하게 하면 몸이 축나요..
암튼 그래도 백수라서 남아 도는 게 시간이라서 다행이었습니다.
약속대로 흑좌온에서 낸 흑적소설본을 올리겠습니다.
1편은 맛보기로 공개한 분량을 올릴 거라 양이 좀 많습니다. 다음편 부터는 양이 이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공개를 하루에 한 편 씩 올릴 것이며 언제나 그랬듯이 책을 사주신 분들을 위해 결말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번 이야기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쿠로코와 아카시는 같은 날에, 같은 중학교로 입학했다.
처음부터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농구부 활동이 아니라면 두 사람은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맞이한 가을은 유독 봄처럼 오후가 따뜻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농구부 연습을 위해 체육관에 갔을 때, 노란색이 가득한 그 곳에서 가장 이질적인 붉은색을 처음 보았다. 쿠로코는 거기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두 번째 쉬는 시간. 쿠로코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벽으로 갔다. 아직 봄인데도 무척 더워서 더 힘들었다. 달아오른 몸을 차가운 벽에 기대고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골랐다.
T중학교의 농구부 훈련은 특히 1군 훈련은 중학생 레벨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에 비해 쿠로코의 체력은 같은 학년에도 못 미치는 레벨이라서 그 간극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2학년이 된 지금은 구토를 안하나 죽을 만큼 힘든 건 여전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시야 때문에 속이 어지러웠지만 눈은 감지 않았다. 그의 시야 앞에 있는 농구부원들은 재능이 넘쳐서 하나 같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모이면 은하수 같은 그들 사이에서도 적색왜성처럼 붉고 차가운 이성으로 빛나는 아카시가 있었다.
거구들이 가득한 농구부에서 아카시는 쿠로코처럼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이었다. 그래서 더 그의 시선을 앗아가지만 단지 그 것 뿐은 아니었다.
수건을 가져오지 않아서 티셔츠 자락으로 얼굴 땀을 닦은 쿠로코는 멍해 보이는 눈으로 아카시를 관찰했다. 아카시는 상단에 가지런히 놓은 개인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부장인 니지무라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이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꾸준한 관찰을 통해 쿠로코는 아카시가 말을 걸기 전 그 사람을 빤히 보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습이 전투기 측정기로 상대를 확인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니지무라와 간단하게 대화하던 아카시는 자신을 부르는 무라사키바라를 보았다. 이번에는 무라사키바라가 어미를 길게 늘이면서 말하는 것을 빤히 보고 있다. 압도적으로 키가 큰 그를 올려다 보는 거라서 고개를 많이 든 모습에 동안인 아카시의 외모가 더해져 귀여워 보였다.
그를 관찰하는 사이 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끝났다. 아카시에 정신이 팔려 물을 마시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쿠로코는 속으로 기합을 주면서 벌떡 일어나 자리에 돌아갔다. 아무렇지 않게 아카시 옆에 가자 그가 불만스러운 눈으로 쿠로코에게 속삭였다.
“그만 좀 봐.”
“알고 있었습니까?”
“그런 눈빛이라면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알아채.”
그렇게 말한 그는 손등으로 쿠로코의 이마를 가볍게 치고 앞서갔다. 동급생에게 머리를 맞은 건데도 살짝 붉어진 아카시의 목덜미를 봐서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닿은 이마를 만지는 동안 코치가 호루라기를 불렸고 그에 맞춰 연습을 위해 아카시의 반대편에 섰다.
***
그전부터 몇 번이고 아카시가 주의를 주었지만 이미 버릇이 된 나머지, 쿠로코의 시선은 언제나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몇 달 넘게 그를 관찰하다보니 그는 차가우면서 상냥했다. 서로 상반된 두 단어가 어울리기 힘든데 아카시는 정말 그랬다. 몸에 상냥함이 배어 있는데 선은 확실하게 그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를 계속 관찰하다가 딱 한번 봤던 건데 이틀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는 수다가 많은 사람이 아니지만 리더십이 있어서 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그에 따라 대화도 많이 나누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고, 정말 필요한 말한 했다. 그 외 나머지 시간에는 입을 다물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주위로 평소보다 더 견고한 벽을 세웠다.
그래서 두 번째로 아카시의 이상한 모습을 본 오늘, 쿠로코는 아침부터 그를 관찰하기 바빴다. 여전히 노란색이 가득한 체육관에서 견고한 벽을 세운 아카시만은 화려한 색채를 잃은 것 같았다.
자신이 지금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아카시를 관찰하던 중 쿠로코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검은 바지를 입고 있는 그의 뒷부분에 작은 원모양으로 마치 먹물이 퍼진 것 같은 얼룩이 있었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는 오후라서 어두운 체육관 불빛 때문에 아직 다른 사람들은 보지 않은 것 같았다.
혼자서 그 것을 발견하고 당황한 쿠로코와 달리 입을 꽉 다문 아카시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이러다가 다른 사람이 알아챌 까봐 걱정되어서 그에게 빨리 다가갔다.
자기에게 가까이 온 쿠로코를 발견한 아카시는 신경질적으로 노려보았다.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형 얼굴로 노려보니 꽤나 무서워 순간 움찔거렸다. 그가 아무 말 없이 노려보고 있어도 쿠로코는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빠르게 속삭였다.
“아카시 군. 뒤에 뭐가 묻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쿠로코의 말에 드디어 바지에 이상한 것이 묻을 것을 눈치챘는지 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몸이 완전히 경직되어서 손에 든 농구공이 없었더라면 사시나무 떨듯이 온 몸을 떨었을 지도 몰랐다.
평소와 다르게 침착하지 못한 아카시를 눈 앞에서 본 쿠로코도 덩달아 당황했다. 괜찮냐고 어깨를 잡자 그는 부장에게 말하지 않고 재빠른 걸음으로 체육관을 나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부원들이 웅성거리는 동안 쿠로코도 서둘러 뒤를 쫓았다.
같이 체육관을 나간 쿠로코는 달려가서 제 몸으로 아카시의 뒤를 가려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도 모르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당장 돌아가.”
꽉 다물고 있던 입을 드디어 열어 위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쿠로코는 그에 굴하지 않았다.
“저라도 뒤를 가려줘야 할 것 같아요. 분명 햇빛에선 잘 보일 겁니다.”
쿠로코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니 아카시는 노려보기만 했다. 하는 수 없지 그는 더 이상 쿠로코를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후 아무 대화 없이 따라가고 있는데 아카시가 여벌의 옷이 있는 부실이 아니라 화장실로 향했다. 뒤에서 쫓아가는 쿠로코가 옷부터 가져가야지 않냐고 말해보았지만 대답도 없이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도대체 그가 왜 그런지 이해 할 수 없어서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문을 약하게 노크해보았다.
“아카시 군, 왜 그러세요? 어디라도 아프십니까?”
차분한 목소리로 당혹감을 감추고 말을 걸었지만 계속 대답이 없었다. 계속 불러도 반응이 없으니 슬슬 답답해졌다. 쿠로코는 아카시가 안에 있는 화장실 칸에 이마를 대보았다. 이러면 그의 마음이 들리지 않을까.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는 문 앞에서 쿠로코는 한숨을 쉬고 문에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쿠로코는 체육관이 아닌 부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아카시를 대신해서 여벌의 속옷과 바지를 챙겼다. 혹시나 몰라 자신의 가방에서 일회용 휴지도 챙겨서 다시 화장실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칸의 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아카시는 아직도 이 곳에 있었다.
그가 있는 칸에 가서 쿠로코는 다시 천천히 노크했다.
“아카시 군. 접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쿠로코는 자신이 뭐하는 건가 싶어서 작게 한숨을 쉬고 그의 옆 칸으로 갔다. 그 곳이라면 변기 위에 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아카시에게 쉽게 속옷과 바지를 전할 수 있었다.
“함부로 너의 가방과 사물함을 뒤져서 죄송합니다만 여벌의 옷을 가져왔어요. 여기 밑으로 건네 줄게요.”
자신의 말대로 그는 벽 밑의 틈으로 가져 온 것을 밀어 넣었다. 다 밀어 넣었으나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반응이 없는 그가 혹시나 자신이 없는 사이에 쓰러진 것은 아닌가 싶어서 엎드려 안을 보려고 할 참에 그 안에서 아카시가 드디어 대답했다.
“고마워,”
그의 목소리에 계속 말이 없었던 그에게 서운하면서도 그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생각해보니 그에게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
옆에서 쿠로코의 얼굴이 달아오르던 말던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맨 위에 올려둔 일회용 휴지부터 챙겼다. 그 때 엎드리고 있던 쿠로코는 그의 하얀 손에 피가 조금 묻은 것을 보았다. 아카시의 머리카락보다 붉은 피를 본 순간 너무 놀라나 비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재빨리 들었다. 바로 머릿속에서 아까 봤던 아카시의 바지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게 정말 피라는 말인가.
놀라서 뛰는 심장을 쉽게 진정하기 힘들었던 쿠로코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갔다.
***
그 일이 있은 뒤 쿠로코는 나흘 동안 아카시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이틀 정도는 아카시가 아무 말 없이 철저하게 벽을 세우고 있어서 다가가지 못했는데 그 후부터는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어색함이 가로막았다. 그래서 쿠로코는 멀리서 아카시를 관찰할 때마다 기도 어딘가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조금 삐친 마음으로 오후연습을 끝내고 하교 할 때 학교 정문에서 아카시가 귀에 속 들어오는 목소리로 그를 불렸다. 정문 옆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있는 그는 웬일로 혼자 있었다. 밤도 삼키는 그늘에 그의 얼굴이 보지 않아 쿠로코는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기 전에 그를 빤히 보고 있던 아카시가 먼저 말했다.
“기다렸어 쿠로코. 시간 되지?”
전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에 쿠로코는 복잡한 심정과 빠르게 뛰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늦게 나온 아오미네가 그늘 속에 있는 쿠로코를 발견하지 못하고 모모이와 그냥 가버리는 동안 아카시와 쿠로코는 반대 방향으로 같이 걸었다.
학교 근처에서 벗어나 주택가로 들어가기까지 같이 가자고 한 아카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쿠로코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 침묵을 스스로 깨지 않았다.
차도 다니지 못하는 골목길 앞까지 오니 별말 없이 따라 온 쿠로코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중학생 된 애들이 뭘 하겠냐마는 뭐든지 해내는 아카시라면 상상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머리에 스쳤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아 어두컴컴한 골목길에 들어가자 아카시가 말했다.
“고마웠어.”
주어 없이 말했지만 쿠로코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닙니다. 단지…….같은 부원으로써 도와준 것 밖에 안됩니다.”
쿠로코가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말하니 그를 빤히 보고 있던 아카시는 살짝 웃었다. 어두운 골목이 그의 미소에 보랏빛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비밀로 해준 것도 고마워.”
“그 동안 저한테 말 걸지 않은 건 그 것 때문인가요?”
그렇게 물어보니 아카시가 그렇다고 인정했다. 말을 걸지 않는 이유가 자신을 믿지 않아서 그랬다는 말에 쿠로코는 조금 질렸다. 그의 반응을 읽었는지 덧붙어 말했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그렇게 말한 그의 낮은 목소리는 괴롭다고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에게 미안해졌다.
반 발자국 앞서 가는 아카시를 따라 골목길에서 나와 다른 골목길로 가자 쿠로코 집으로 향하는 상가가 나왔다. 상가 근처에서 주택가랑 이런 길로 이어지지는 몰랐다.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쿠로코에게 그가 말했다.
“이 일에 대해 보답해 줄 테니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막상 원하는 거라고 하니 잠시 고민이 되었다. 자신이 과연 아카시에게 어떤 것까지 바랄 수 있는 지도 잘 몰랐다. 고민에 빠져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아카시는 생각나면 메일로 보내라고 말했다. 그리고 쿠로코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시간도 늦었으니까 가볼게.”
“내일 봐요. 아카시 군.”
인사를 나누고 그는 미련 없이 갔다. 두 사람 사이에 난 틈으로 사람들이 메워졌다. 쿠로코는 사람들 어깨 너머로 보이는 아카시의 뒷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다가 자신도 갔다.
집에 가면서 쿠로코는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어떤 것을 써서 보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카시에겐 아무렇지 않은 거겠지만 쿠로코는 이 기회를 쉽게 쓰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이 고민으로 가득 차 자신을 치고 가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목 스트레칭을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을 때 지나가고 있는 전자상가 쇼윈도에서 번쩍이는 TV가 보였다. TV안에서는 영화 광고가 나왔다. 어두운 거리를 하얗게 빛내는 광고를 계속 보고 있는 쿠로코는 광고가 끝나기 무섭게 손에 든 핸드폰의 폴더를 열고 메일을 보냈다.
***
주말의 번화가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쿠로코는 동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카시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갔으나 아카시는 그의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뒤에서 말을 걸자 그가 조금 놀란 눈으로 돌아보았다.
“아카시 군. 많이 기다렸죠?”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거 좋은 버릇 아니야. 다음엔 주의해줘.”
“저는 평범하게 왔습니다만.”
쿠로코는 조금 서운한 마음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았다. 그래도 아카시가 놀라는 모습은 흔치 않았으니까 그런대로 좋았다.
아카시는 자신이 먼저 영화표를 예매했다며 번화가 안쪽에 있는 극장으로 앞서갔다. 반 발자국 쫓아가면서 그를 흘끗 보았다. 요즘 들어 그와 단둘이 있게 되어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보상으로 본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이었다. 작품성이 좋다고 해도 쿠로코에겐 그 점이 와 닿지 않았다. 영화보단 옆에 앉아있던 아카시가 자신이 잠시 졸았던 것을 알았을지 신경 쓰였다.
사람이 많이 몰려온 극장을 나오니 그 앞에 커다란 게임센터가 있었다. 1층에 있는 크레인 게임 안에 있는 인형을 멍하니 보던 쿠로코는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아카시에게 말했다.
“아카시 군, 잠깐 저기에 가지 않으실래요?”
쿠로코가 말하면서 게임센터를 가리키자 그는 조금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면 저라도 상처 받습니다. 나름대로 인형 뽑기에는 자신 있어요.”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야?”
자신 있는 말에 아카시는 호기심이라도 생겼는지 고양이 눈을 반짝였다. 쿠로코는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팔을 살짝 잡고 게임센터로 데려갔다. 아카시는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놀란 눈치였으나 내치지 않았다.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크레인 게임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쿠로코는 드디어 가게 안쪽에 있는 큰 게임기 앞에 섰다. 투명한 유리박스 안에는 제법 큰 돌고래 인형이 있었다. 귀여운 얼굴을 한 돌고래 인형에 비해 인형을 뽑을 크레인은 집게가 두 개 밖에 없어서 약해 보였다.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카시가 팔짱을 끼고 크레인 게임기를 관찰하고 있는 사이 쿠로코는 동전지갑에 있는 동전을 꺼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게임기 안에 동전을 넣었다.
잠시 후, 크레인 게임기의 커다란 출구에서 돌고래 인형이 나왔다. 그 것을 동전 하나로 뽑은 쿠로코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아카시에게 인형을 보여주었다. 아카시는 새삼 처음 안 그의 능력이 신기해서 칭찬 해달라는 눈빛을 마구 보내는 쿠로코에게 천천히 박수 쳐주었다.
“잘했어. 이런 것도 흔치 않는 능력이야.”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건 원리만 알면 아카시 군도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한 쿠로코는 아카시에게 한 수 가르쳐 줄 마음으로 다시 동전을 꺼냈다. 하지만 그가 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서 아쉽지만 인형 뽑기는 한 번으로 끝났다.
먼저 가는 아카시를 따라 게임센터를 나가면서 쿠로코는 그에게 방금 뽑은 돌고래 인형을 주었다. 인형의 귀여운 얼굴을 본 아카시는 조금 당황했다.
“나한테 주겠다고?”
“기념입니다. 영화 보여주신 것도 있고 또 집에 뽑은 인형들이 좀 많아서요. 이거까지 가져가면 처치곤란입니다.”
“그렇다면 왜 뽑았어. 나도 가져가는 건 곤란해.”
아카시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쿠로코가 고집을 끝까지 피워서 그의 품에 돌고래 인형을 안기게 했다. 그는 자신의 품에 안은 인형을 보고 계속 곤란해 했지만 그래도 선물을 받았다고 표정은 점점 환해졌다.
“분명 집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거야.”
“그렇다면 몰래 가져가세요. 아무도 못 보게 닌자처럼 스윽-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큰 인형을 들고?”
나름 진지하게 한 말에 아카시는 그만 웃어버렸다. 미소를짓는 것 말고 크게 웃는 그는 처음 보았다. 그는 자신이 크게 웃은 것도 잊은 채 인형을 꼭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쿠로코도 집으로 돌아가면서 만나면 만날수록 아카시의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것 깨달았다.
다음주 월요일 아침에 연습이 시작하기 전 쿠로코는 아카시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인형은 안 들키고 잘 가져갔나요?”
그러자 아카시는 평소에 짓지 않았던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성공했다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인형 때문에 웃음이 나왔는지 그는 미소로 무용담은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들키는 건 곧 시간 문제일거야.”
“들키면 어느 닌자가 선물로 줬다고 하세요. 간단하네요.”
그의 농담에 아카시는 고개를 돌리고 웃었다. 이렇게 둘 만의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카시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 연습이 시작되어서 쿠로코는 그만 제 자리로 갔다. 웃고 있었던 아카시는 어느새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보고 있자니 순식간에 표정을 바꿀 수 있는 그가 신기했다. 아까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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