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을 잘 보내셨나요? 제법 긴 연휴입니다. 물론 저는 토요일에 나와 일하는 처지만요...
아무튼 이 말 하러는 게 아니라, 월요일에 7편을 올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ㅠ
잊고있다고 번뜩 생각하지만 이미 때는 이틀이나 지난 수요일이었고, 저는 시골에 있었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올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 드릴게 있는데 이번에 올리는 7화까지 사실상 6화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인데 제가 깜박하고 이부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부득이하게 7화로 올리지만 다른 편보다 분량이 적어졌습니다... 게다가 이 페이지는 19금적 내용을 통채로 들어내서 더 분량이...
그래도 이틀만 참으시면 다음화를 볼 수 있으니 믿고 기다려주심이..헤헤헤
아무튼 적은 분량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궁녀들과 함께 정원에 산책을 갔다 돌아 온 뒤부터 창턱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았다. 쿠로코는 바깥을 보면서 선물 받은 옥 반지를 만져보았다. 그동안 반지 같은 건 껴본 적이 없어서 약지에 낀 가락지가 불편했지만 만지고 있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평안재는 2층에 있어서 성 안이 잘 보였다. 관조정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름 이곳도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노을을 등진 궁이 성안 마을 위에 긴 그림자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보니 문득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같이 농구 연습하던 동료들이 떠오르고, 중학교 동창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끝에는 좋아하는 아오미네의 등이었다.
얼굴은 두 사람이 완벽하게 똑같지만 등, 뒤에서 바라보는 등만은 이쪽의 아오미네와 원래 세계의 아오미네가 확연히 달랐다. 이쪽의 아오미네의 등은 기대고 싶다면 원래 세계의 아오미네 등은 안아주고 싶은 등이다. 근데 지금은 그 안아주고 싶었던 등이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쿠로코!”
밑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쿠로코는 고개를 내밀어 밑을 보았다. 평안재 앞을 행차중이던 아오미네였다.
“그렇게 기대고 있으면 떨어진다!”
“정무는 끝나셨습니까.”
아오미네는 쿠로코에게 말 돌리지 말라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한동안 바쁜 그를 못 봤는데 곧 있을 풍어제 준비 때문에 아직도 바쁜 것 같았다.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창턱에서 내려와 몸을 기대고 상체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는 그의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아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백성들을 위해 좀 더 수고하세요.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시고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면 아오미네가 제 갈 길을 갈 줄 알았는데 그는 쿠로코의 예상과 다르게 갑자기 자신의 옆에 있는 금군 병사들에게 사다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처음엔 뭔가 싶었다. 그러다 창가와 1층 복도 간의 높이를 생각하니 설마 사다리를 타고 올라 올 생각인 것 같았다.
“전하가 애도 아니고 사다리타고 오시는 겁니까. 정 오실 거면 돌아서 오세요.”
하지만 사다리를 들고 뛰어오는 금군 병사를 즐거운 눈으로 맞이하는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말을 들은 척도 안했다.
그는 금군 병사들과 궁녀들에게 사다리를 단단히 붙잡으라고 명령하고 겁 없이 사다리를 올랐다. 성큼 올라오는 그의 모습에 궁녀들은 사다리를 꼭 붙잡으면서도 위험하다고 필사적으로 간언했다.
그러다 쿠로코와 눈이 마주친 궁녀가 눈치를 주고 있어서 그도 아오미네에게 오지 말라고 말했다. 그가 사다리 탄 건 다 자신 탓이니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다.
“아무리 튼튼하셔도 여기서 떨어지면 다치신다고요. 그리고 왕이시면 체통을 지키세요. 아래에 있는 분들이 놀라 기겁하고 있잖습니까.”
“늙은이처럼 말 하지마. 이쪽이 제일 빠르다고.”
다리가 길어 아오미네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왔다. 어느새 창가에 모습을 내민 그에게 쿠로코는 다른 사람들이 걱정한다고 잔소리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었지만 어째선지 그는 들어오지 않고 창턱에 몸을 기댔다.
“안 들어오십니까.”
“지금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가야돼.”
“그럼 아까 얼굴 본 걸로 됐잖아요.”
“멀리서 보는 거랑 가까이에서 보는 거랑 같아.”
다를 거 없다고 바로 반박은 했지만 아까 자신도 아오미네의 얼굴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 고개를 내민 것이 생각나 부끄러워 바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아오미네는 그런 쿠로코를 보면서 실실 쪼갰다. 카리스마가 넘친 왕이라도 웃을 때만큼은 어린애 같은 그가 귀여워 이길 수 없었다.
멀리서 회계사의 회사 사쿠라이가 아오미네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거기서 어서 내려오라고 울 것 같이 말하는 그를 발견 아오미네의 표정이 구겨졌으나 바로 내려가기 위해 다시 사다리를 잡았다.
쿠로코는 한 발자국 내려간 아오미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아오미네가 다시 올라오려고 하자 쿠로코는 그의 어깨를 잡아 올라오지 못하게 하고, 대신 무릎을 꿇어 자신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 쿠로코가 먼저 얼굴을 바짝 내밀자 아오미네가 당황했다.
“여기까지 올라오셨으니까 수고의 의미로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쿠로코는 입을 맞추기 위해 눈을 감고 다가갔으나 아오미네가 한 손으로 황급히 쿠로코의 입을 막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떠 고개를 뒤를 빼보니 아오미네가 1층에 있는 신하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여기에 있는 자들은 모두 눈을 감아라!”
그의 명령에 아래를 보니 달려오던 사쿠라이는 황급히 뒤돌아 고개를 숙였고 사다리 밑에 있던 궁녀들은 이미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반면 사다리를 잡고 있는 자들은 눈을 감아도 사다리를 놓지 않았다.
이 풍경이 신기했던 쿠로코는 다른 곳도 보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아오미네에게 한 손에 잡혀 입맞춤 당했다.
가볍게 쪽하며 입술을 대고 떨어지다 바로 혀끝을 내밀어 쿠로코의 입술 안쪽을 핥았다. 쿠로코도 그저 받기만 하지 않고 자신도 혀로 아오미네의 입술을 핥았다.
그러다 두 사람의 혀끝이 닿자마자 짧은 입맞춤이 끝났다. 멀어지는 아오미네의 입술이 아쉬워 쿠로코는 제 입술을 핥았다.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볼을 엄지로 쓸어 올리듯이 만져주었다. 목덜미를 감싸는 그의 새끼손가락에 낀 가락지의 매끈함이 느껴져 쿠로코는 무심코 손가락으로 그 가락지를 만졌다.
그러자 아오미네가 쿠로코에 눈웃음쳤다. 사랑스럽다고 열혈하게 말하는 그 눈빛은 원래 세계의 아오미네라면 해주지 않을 눈빛이었다.
“내일 초대할 테니 나를 위해 누구보다 예쁘게하고 와.”
“네, 전하를 위해 누구보다 멋지게 차려입고 찾아가겠습니다.”
맞받아치는 쿠로코의 말에 아오미네는 웃었고 이내 사다리를 내려갔다. 다시 1층 복도에 발을 딛은 아오미네가 이제 눈뜨라고 명령하니 밑에 있던 신하들은 지금까지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움직였다.
질서정연한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전통 사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에도시대보다 분위기가 자유로워 보인다고 해도 여기 역시 예를 중시하는 궁중이다.
쿠로코는 아직도 아쉬워서 행차대열을 갖추고 앞으로 걸어가는 아오미네 등을 향해 몰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방을 밝히는 등에 불을 붙이려고 방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아오미네가 가는 길 반대편에서 이쪽을 보고있는 인기척을 느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살펴봤지만 쿠로코가 본 것은 순식간에 기둥 속으로 사라진 그림자뿐이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둥그스름한 모양을 보아 품이 큰 옷을 입는 신하의 관복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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