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쿠농/장편 2014. 10. 9. 23:20[흑적] 땅거미 내리는 저녁 6
안녕하세요. 아오입니다.
정말 오랫만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그만치 두달만에 올리다니ㅠㅠㅠ 늦어도 너무 늦었네요ㅠㅠㅠ 5편에 비하면 그렇게 긴 편도 아니고 제법 일찍 썼는데도 마무리하는 걸 미루는 바람에 이 사태가 벌어졌네요ㅠㅠㅠ
6편 다음으로는 이제 2편만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끝맺을 수 있도록 저 자신을 채찍질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댓글도 감사해요ㅠ
6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
다음날,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경무조로 전화가 걸어왔다. 시끄러운 전화종 소리는 경무조의 침묵을 사정없이 깨트렸다. 비서는 촛대처럼 생긴 전화기 앞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지 않고 바로 송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에 입을 대고 여보세요라고 말하자 마자 귀에 댄 송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쿠로코 테츠야 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아카시 군이 아직 안 돌아 온 것 맞나요? 오전에 연락을 받기로 했는데 아직 없어서 먼저 연락했습니다.]
아카시의 이름을 듣자 비서는 말을 잃고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침묵에 당황한 쿠로코가 다시 물어보자 비서는 마른 침을 삼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른 아침에 경무조는 시노자키에 있는 경찰부대 처소로부터 급한 전보를 받았다. 경무조 2소대 대장 실종, 현재 수색중. 그 전보를 받자마자 비서는 마침 경무조로 출근한 1소대 대장에게 알렸다. 대장은 잔뜩 화가 나서 시노자키에 원래 파견한 파수꾼에게 경찰부대와 합류한 즉시 수색에 참여하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부터 몇 시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연락을 못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정을 다 들은 쿠로코는 억누른 신음소리를 냈다. 송화기에서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지만 비서가 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었다. 그러나 쿠로코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지금 경무조로 갈테니 시노자키에 데려다 주세요. 제가 아카시 군 찾을 수 있으니까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에 비서는 놀라서 다시 물어보았지만 쿠로코는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 비서는 신호음만 들리는 송화기를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유일한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비서는 경무조로 찾아 온 쿠로코를 포드 자동차에 태우고 최대한 빨리 시노자키로 달려갔다. 이제 비는 그쳤지만 하늘을 여전히 우중충했다. 자동차를 타 본 적이 처음이었는지 쿠로코는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완전 얼어버렸다. 그런데도 그의 눈은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있었다.
아라카와 강을 건너 시노자키에 있는 경찰부대 처소에 이를 때 쯤 쿠로코가 비서에게 강이 있는 쪽으로 가자고 보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비서는 그래도 경찰부대에게 자신들이 왔음을 보고하려고 했지만 옆에 앉아 있는 그가 워낙 다급하게 재촉하는 바람에 그를 따르기로 했다. 쿠로코는 점점 동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에도 강 강줄기가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히가시시노자키로 가까이 가자 쿠로코는 서둘러 비서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얼떨결에 정지하자 그는 바로 차 문을 열고 강변으로 내려가 아래쪽으로 달려갔다. 비서도 시동을 끄고 쿠로코를 뒤 따라갔으나 그는 이미 저만치 멀어졌다. 양복을 입고 있는 비서는 진흙탕이 된 바닥때문에 빨리 뛸 수 없었으나 쿠로코는 유카타 자락에 진흙이 튀어도 상관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카시를 찾는 게 절박한 것겠지. 파수꾼이나 안내자가 아닌 비서는 그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먼저 달려 간 쿠로코는 오른쪽 줄기로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서 그는 오른쪽 줄기에 있는 작은 강섬에 연결되어 있는 두개의 다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카시 군!”
쿠로코의 외침에 비서는 놀랐다. 설마하는 마음에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히가시시노자키쪽 강변, 다리 아래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 검은 정복 바지에 하얀 셔츠를 입고 있는 빨간 머리 남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2소대 대장이 맞았다. 쿠로코가 그 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강섬에 이어진 첫번째 다리로 올라 갈 동안 비서는 놀라서 그 자리에 섰다.
비록 아침에 짙은 안개가 껴 있어서 경찰부대원들이 아직까지 찾을 수 없었다고 해도 그런 아카시를 쿠로코가 단번에 찾은 것은 결코 우연으로 치부 할 수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아카시가 경무조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생각이 마치자 확하고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그가.
비서가 따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는 동안 쿠로코는 강섬에서 강가까지 이어진 두번째 다리까지 뛰어가 건넜다. 평소엔 뛰어다닐 일이 없어 이미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턱 밑까지 올라왔다. 눈 앞이 노래져도 쿠로코는 멈출 수 없었다. 다리를 다 건너고 아카시가 쓰러져 있는 다리 밑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턱을 내려가다가 다리가 풀려 넘어질 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쿠로코는 아카시 앞으로 오자마자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가 맨 처음 한 것은 아카시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그의 손은 무척이나 차가워 쿠로코는 입김으로 손 끝은 녹였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는 엎드러 누워있는 아카시의 볼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볼이 쿠로코의 온기로 점차 따뜻해졌다.
죽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눈물이 차오른 걸 막을 수 없었다. 쿠로코는 아카시의 볼을 만지면서 그를 깨웠다. 저 멀리서 쿠로코와 같이 온 비서가 우연히 만난 경찰 부대원과 함께 우르르 다리를 건너오고 있었다. 그 구둣발 소리들이 어찌나 시끄러웠던지 아카시가 미간을 찡그렸다.
“아카시 군.”
쿠로코가 다시 부르자 아카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꺼풀조차 들어올리는 게 힘들었는지 왼쪽 눈은 뜨지 못했다. 게슴츠레 뜬 오른쪽 눈동자를 보니 다행히 아직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았다. 멍하니 앞을 보던 아카시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쿠로코를 보았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지만 입술만 달짝이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괜찮아요. 내가 왔습니다.”
비서와 경찰 부대원들이 다리 밑으로 와 아카시를 부축이고 들것에 옮겼다. 정신이 없던 아카시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다가 다시 눈을 감고 기절했다. 아카시가 경찰 부대에 의해 구출되어 서양식 의원에 이송되기 까지 쿠로코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기억이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어지럽게 점멸했다.
처음에는 앞이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땀 냄새가 맡아졌다. 그리고 여러가지 소리도 들렸는데 같이 들리는 이명 때문에 어떤 소리 였는지 구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손 끝이 무척 쓰라렸지만 너무 졸려서 아카시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후에 눈을 뜨니 이번에는 눈 앞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보였다. 등에 까칠한 면이 느껴지는 걸 보면 병상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의사 한 명이 아카시의 눈을 제 손으로 가리자 그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기까지 아카시는 간간히 짧게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했는데, 깨어 날 때마다 자신의 숨소리와 몸을 감싸는 공기의 온도만 느껴질 뿐이었다. 눈을 떴다 생각해도 보이는 건 하얀 빛 뿐이었고. 또 하나, 자신의 왼손을 놓지 않고 꼭 잡아 준 손이 있었다.
아카시가 완전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사건이 일어난 지 3일 후 였다.
누워 있는 채 주위를 살펴보니 서양식 의원이었다. 얇은 커튼을 친 창문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축축한 방안 공기를 느껴보니 그 사이에 장마가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는 멍한 머리를 움직이기 위해 손을 움직여 봤다. 그러나 손 끝이 아렸고 빳빳해 손가락이 움직이기 힘들었다. 뭔가 싶어서 손을 들어 보니 그의 양 손가락 모두 붕대에 감겨 있었다. 붕대는 깨끗했으니 아마 한번 이상은 갈은 것 같았다.
굳게 닫은 나무문 너머로 뒷꿈치를 끄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아카시는 아프지 않은 팔에 힘을 주어 힘겹게 상체를 올리고 침대판에 기대어 앉았다. 잠시 후 뒷꿈치를 끌면서 그의 부하가 들어왔다. 현장에서 그의 비서 역할을 하는 2소대 고참이었다. 그는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정신을 차린 아카시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괜찮으십니까? 그동안 죽은 듯이 누워계셔서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 분께서 이제 정신을 차릴 거라 하셨는데 정말이었군요.”
아카시는 누가 그렇게 말했나고 물어보지 않아도 쿠로코일거라 짐작했다. 계속 옆에 있을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몽타주 그리는 화가를 데리고 와라. 용의자들의 얼굴을 목격했다.”
“아, 그러셨습니까? 근데 하지만 급하게 보고할 게 있습니다. 그것부터 들으시죠.”
그로선 어서 빨리 수배전단부터 발부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명령을 나중으로 미룰 정도로 급하게 보고 할 것이 있다는 부하의 말을 듣기로 했다. 우선 그와 함께 병실 안에 있는 탁자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려고 몸을 움직이자 왼쪽 허벅지가 아팠다. 활이 스쳐서 생긴 상처가 꽤나 큰 모양이었다. 그래도 부하 앞에서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다리를 움직이고 있을 때 마침 쿠로코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움직이는 아카시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다시 누우세요.”
“아니, 이제 괜찮으니까.”
“너보다 네 몸을 잘 아는 건 저입니다.”
단호한 쿠로코의 말에 아카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침대에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얌전하게 누운 그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제 나이보다 어려보일 정도로 어색했다.
어쩌다가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부하는 고분고분하고 온순한 대장이 신기하고 조금 놀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위해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 아카시를 적으로 두면 남은 인생이 가시밭길이 될게 뻔했다.
아카시가 바로 눕자 쿠로코는 침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부하는 대장의 안내자를 내려다보면서 지난 3일을 떠올랐다. 그는 깨어나지 않는 아카시를 위해 삼일 밤낮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런 쿠로코가 걱정된 그는 자신이 있을테니 잠시라도 쉬고 오라고 말했지만 괜찮다면서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아침이 되서야 아카시의 상태가 많이 호전 된 것을 느낀 쿠로코가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찰 부대원에게 말했고 비로소 잠시나마 눈을 붙이고 돌아 온 것이었다.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피를 나눈 가족보다 따뜻하고 성스럽게 보여서, 같은 파수꾼에겐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어서 빨리 보고해야하는데 문제는 보고 할 내용이 심각하고 안내자인 쿠로코가 듣기에 거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하는 그에게 잠시만 양해를 구했으나 쿠로코는 자신이 절대 들으면 안되는 기밀사항이냐면서 아카시의 손을 놓치 않으려고 했다.
결국 아카시가 이대로 보고해도 된다고 말하고 나서야 부하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보여주었다. 보고서는 영어를 작성해서 영어를 잘 모르는 쿠로코는 한번에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사누키 지방에서 실종된 예비자가 나가라 호수에서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차마 말을 잊지 못한 부하의 말을 대신해서 마저 보고서를 읽은 아카시는 부검을 끝낸 시신 그림을 보았다. 시신 등에 난 커다란 자상은 마치 돼지를 도살하고 그 안에 있는 내장을 끄집에 낸 것 처럼 보였다. 보고서 말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특수 장기가 사라짐.
“그 것만 사라졌군.”
“네,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기는 밝혀진 셈입니다,”
부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아카시는 부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범인은 파수꾼의 특수 장기를 노리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는 혹은 그들은 파수꾼의 특수 장기를 노리고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부하가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인 쿠로코를 위해 말을 최대한 아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대화만으로 깨달은 것 같았다. 특유의 무표정이 변하지 않았어도 아카시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 힘이 엄청 세서 손이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릴 정도로.
아카시는 보고서를 다시 부하에게 돌려주고 나중에 얘기하자며 내보냈다.
부하가 병실을 나가고 단 둘이 남자 아카시는 아무 말없이 쿠로코를 바라보았다. 이젠 두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에게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걱정말라고 해야하는게 맞을텐데 며칠 전에 아카시도 공격을 받고 하룻밤 동안 실종 된 적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다고 쿠로코가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 말이 없는 아카시를 대신해서 쿠로코가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중얼거렸다.
“너에겐 내가 있으니 걱정마세요.”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일주일 후 퇴원하기까지 그동안 아카시는 병실에 있어도 맘 편히 쉴 수 없었다. 자신이 목격한 용의자들이 몽타주를 만들었고, 예비자가 발견되서 수색업무가 끝난 3소대 대장이 돌아오자마자 그의 병실에서 간부급 긴급회의도 했다. 그래서 그가 깨어나기 까지 곁에 있었던 쿠로코는 의원에 올 수 없었고 따로 경찰부대의 보호를 받았다.
활이 스쳐서 벌어진 살은 이미 붙었지만 걷기 위해 발을 딛으면 찌릿찌릿하게 아파서 당분간 목발 신세였다. 그럼에도 아카시는 목발로 지탱하면서 시노자키에서 사망한 경찰부대원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신사에게 갔다. 아카시는 살았지만 나무에서 발견한 그는 피살당했다. 그의 죽음이 아카시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를 애도하는 건 스스로의 의무였다.
아카시는 사망한 그의 이름이 적혀있는 위패 앞에서 합장하며 참배했다. 그리고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이번이야 말로 범인들을 잡겠노라고.
아카시를 습격하고, 경찰 부대원이 사망한 사건 이후, 도쿄 안에는 그들의 몽타주가 그려진 수배전단이 나돌았다. 수배전단으로 얼굴이 알려진 자들은 총 여섯명. 이중에 두 명은 부상중이니 의사들이나 약제사들을 중심으로 추적하면 찾은데 수월하다. 게다가 기억력이 좋은 아카시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 몽타주의 정확성도 보장되었다. 일주일 안으로 수배전단은 전국으로 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빠져나갈 구멍을 막고 그들이 목을 조이는 것 뿐.
그러나 예비자를 살해해 특수 장기를 훔쳐가고 2소대 대장을 공격했던 그들의 위세는 한 풀 꺾였는지 2주 동안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시노자키에서 아카시가 도망쳤던 길을 따라 수색도 해보았지만 역시나 이미 다 완벽하게 지워져서 범인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파수꾼이나 그들의 안내자를 다시 공격할까 싶어서 그들 주위에 인원이 더 많은 경찰 부대를 붙여서 경호하고, 그들을 미끼로도 사용했지만 범인들은 걸려들지 않았다.
그로인해 불 타올랐던 수사는 다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결국 남은 건 결정적인 제보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머리카락 한 가락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꼭꼭 숨었는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제보만 들어 올 뿐이었다.
막힌 수사의 흐름에 대해 다시 회의한 대장들은 우선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파수꾼들의 예리한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순찰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아카시의 제안으로 지바현 가까이에 있는 파수꾼 사관학교에도 경호를 세우기로 했다. 현재 첫번째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예비자였으니 지금 사관학교에 있는 예비자들 또한 그들의 목표물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려서 열흘 후,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오랜 적막을 깨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게 참 우스운 상황이나 그동안 몽타주와 체취나 기타 정보말곤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경무조에겐 수사에 도움이 될 길잡이 역할을 할 증거를 찾을 절호의 기회이었다.
시간은 아직도 열대야가 가시지 않는 저녁 9시 30분경, 사건이 일어난 곳은 화려하게 꾸민 2층 목조 건물인 고급 유곽이고, 사건의 피해자는 내무성 차관이었다. 최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지 30분만에 도착한 아카시는 데리고 온 부하와 함께 부검실로 옮겨지는 피해자를 보면서 말없이 생각했다.
눈썹 숱이 남들보다 많았던 이 사람은 5년 전 임관식날에 만난 적이 있었는데 거칠어보이는 생김새에 몸에 남아있는 유녀들의 향냄새와 느낌이 이상한 피냄새로 첫인상에 색을 밝힐거라 짐작했던 기억이 있다.
같이 있었던 유녀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일을 치루고 있던 중에 구토했고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죽어갔다고 했으니 어쩌면 그 다운 죽음이었을지도.
피해자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그만두고 아카시는 팔짱을 끼고 사건이 일어난 방안을 살펴 보았다. 흩어진 이부자리와 벗은 옷가지, 피해자가 토한 피섞인 구토물까지 그대로였다. 저번 사건처럼 어떤 흔적도 아예 없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여기에 있는 흔적들은 평범한 것들이라서 사건에 도움이 될 증거는 아니었다.
능력 제어를 오랫동안 안 한 탓에 가득이나 속도 않 좋은데 신내가 가득한 구토물의 냄새 때문에 불쾌했다. 아카시는 저도 모르게 복도 쪽으로 뒷걸음을 치던 중 문 옆에 있던 작은 반상을 보았다. 반상 위에는 술병과 술잔, 잘게 썬 식물의 뿌리를 볶아서 만든 안주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반상 위에 있는 안주가 담긴 접시를 들자 안주에서 매캐운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저기있는 구토물에 섞여있는 냄새들 중 하나였다. 매캐운 냄새가 나는 뿌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피안화[각주:1]였다.
아카시는 방 밖에 있는 부하를 불려서 안주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급하게 걸어 온 부하가 아카시처럼 안주 접시를 들어 냄새를 맡아보고 생김새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다 확인하자 그는 아카시는 심각한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피안화의 뿌리가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만져볼 때 따가운 걸로 보니 독성도 전혀 빼지 않았네요.”
“어차피 부검에서도 나오겠지만 독살이군. 난 이 안주를 만든 부엌으로 가겠다.”
부하에게 건물 안을 더 살펴보라고 명령한 아카시는 혼자 2층에서 부엌으로 가는 길 중에 가깝고 빠른 건물 뒷길로 나왔다. 잡초가 듬성듬성나고 서늘하고 어두운 길을 따라 부엌 뒷쪽으로 가니 허리가 굽은 노파 한 분이 밖에 나와 계셨다. 깊은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진한 이목구비로 봐서 젋었을 땐 미인이었을 그런 여인이었다. 인상만으로 범인이니 아니니 판단하는 건 위험하나 검은 정복을 입은 사내를 불안하게 올려다보는 그 분에게 용의자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선 아카시는 노파가 안내한 식료품 창고에 가보았다. 창고 안에 있는 술단지 여러 개와 안주거리를 만들기 위한 야채들 속에는 피안화 뿌리는 없었다. 그나마 있는 구근채소도 토란이나 우엉이었다.
다시 노파와 함께 부엌으로 돌아오면서 추리해보니 역시 용의자는 유곽의 외부 사람이었다. 내무성 간부를 노린 것을 보아 분명 시노자키에서 아카시를 습격했던 일당으로 가닥이 잡혀졌다. 하지만 피안화 뿌리를 가져온 범인의 윤곽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부디 작은 단서라도 있으면.
부엌의 뒷문을 통해 들어오자 흔적을 찾고 있던 부하가 어느새 부엌과 건물 안이 연결 되어있는, 부엌 문에 서 있었다. 그는 심각한 눈으로 문을 보고 있다가 뒷문으로 들어오는 아카시에게 목례했다. 그리고 아카시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여기에 낯선 사람의 체취가 남아 있습니다.”
그의 말에 아카시는 재빨리 부하에게 가 문에 묻은 체취를 맡았다. 확실히 노파의 체취가 아님은 확실했고 체취가 묻은 위치도 노파의 키보다 약간 높았다. 용의자일지도 모르는 낯선 이의 체취는 어딘가 익숙했다. 특히 자단향이.
“우선 젊은 남자는 맞는데 담배나 술 냄새가 벤 땀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단향 냄새가 나는 걸로 어쩌면 중이 아닐가 싶네요. 중이 이런 곳에 있었다는 건 역시 이상한 일이겠죠.”
부엌 문 앞에서 맡은 체취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한 부하는 아카시의 가슴에 오는 위치에서 묻은 체취로 낯선 이의 신장도 추정하고 있었다.
부하는 체취만으로 누군지 알지 못하겠지만 아카시는 체취를 맡자마자 그 곳에 있던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갈 때마다 항상 맡았던 자단향 냄새를 가진 사람은 담배를 피면 손에 밴 담배냄새가 종이에도 밴다고 피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술도 끊었다.
머리 속에서 그 사람이 떠오르자 아카시는 저도 모르게 문 쪽으로부터 뒷걸음쳤다. 그러다 발 밑에 무언가 밟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구둣발 밑에는 바닥에 이리저리 밟혀서 더러워진 끈이 있었다. 면실로 만든 굵은 실은 본래 갈색이었을 것이다. 그 갈색실도 아카시가 많이 보았던 실이었다.
갑자기 숨쉬기 힘들어지고 왼쪽 다리는 다시 쓰라리는 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는 아카시에게 부하가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부하에게 이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까스로 표정을 고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체취가 느껴진 부엌 문을 다시 보자 아카시는 숨이 턱하니 막혔다. 그 곳에는 문지방에 기대고 있는 쿠로코의 잔상이 있었다
다음날, 아카시는 점심을 핑계로 경무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어딜 가나고 묻는 비서에게 정확한 행선지는 말하지 않았다.
경무조 관복을 그대로 입은 채 나온 그의 얇은 자켓 주머니엔 어젯 밤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자료가 있었다. 피해자의 신원, 유녀와 노파의 진술서, 안주에서 나온 피안화 뿌리에 대한 메모, 사건 현장에서 남겨진 용의자의 흔적에 관한 보고서,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몰래 챙겼던 갈색끈.
사실은 이 것을 모아 아침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1소대 대장에게 올려야 했으나 아카시는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책상위에 올려진 보고서 용지를 볼때마다 쿠로코의 얼굴을 아른거렸다. 무표정으로 자신을 마주보는 그의 얼굴에 아카시는 숨쉬기 어려웠다.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었던 그 시간이 참으로 무기력해지고 꿈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앉아있는 것으로 엉킨 끈이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카시는 증거들을 가지고 지금 쿠로코의 집으로 갔다. 모든 증거들이 그를 향하고 있어도 아카시만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갈색끈과 자단향 냄새가 같은 것 때문에 쿠로코의 잔상을 본 것 뿐이라고, 이번은 자신이 틀렸다고.
만약에 하나, 정말로, 피해자가 먹을 안주에 피안화 뿌리를 넣은 자가 쿠로코가 맞다면, 그에게 자수하라고 설득 할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그에게 유리하게 변호 하는 것까지 미리 생각해두었다.
축축한 장마가 끝난 여름의 햇빛을 눈부시게 따가웠다. 날씨가 더운 탓에 돌아다시는 사람들이 얼마없는 시장 거리에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수백번이 더 왔던 이 길 끝에는 쿠로코의 집에 있었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 갈 수 록 매미소리가 커져갔다.
이윽고 쿠로코 집에 도착하자 매미 소리는 더 크게 났다. 너무 시끄러워서 저절로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마루에 있는 기둥에 매미가 붙어 있었다. 왠지 위화감이 들어서 쿠로코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졌다. 그냥 여기서 되돌아가 경무조에 모든 것을 알리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그러나 고민은 잠시일 뿐, 아카시는 대문을 열고 쿠로코의 집으로 들어갔다. 지나치게 깨끗한 작은 마당을 가로 질려 장지문을 밀고 들어가자 제일 먼저 나타나 인사했던 치요가 오늘도 보이지 않았다. 현관에도 아이의 작은 신발과 어떤 흔적도 없었다. 반듯하게 혼자 놓여있는 쿠로코의 게다 옆에 자신의 가죽 구두를 벗은 아카시는 자켓을 벗으면서 곧장 거실로 갔다.
열린 거실에는 쿠로코가 정좌로 앉아 있었다.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그 곳에서 쿠로코는 말없이 아카시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표정은 모든 감정을 깔끔하게 지웠다. 그와 별개로 아카시는 깔끔하게 이발하는 쿠로코와 답지 않게 그의 머리가 제법 자랐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서 다시 위화감이 들었다.
아카시는 자신도 또한 말없이 그의 앞에 앉았다. 그러자 쿠로코가 말을 꺼냈다. 방안에 울리는 매미 소리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왼쪽 눈동자가 조금 노랗게 변하고 있네요.”
“능력 제어 받으러 온 건 아니야.”
“점심은 아직이죠? 같이 먹읍시다.”
일어나기 위해 무릎을 세운 쿠로코 앞에 아카시는 대답 대신 자켓 안주머니에서 어젯밤 사건의 증거자료를 꺼냈다. 증거 앞에 쿠로코는 다시 앉아 그것을 내려다 보았다.
“어젯밤에 쿠로코씨가 뭐 했는지 말해줘. 그걸 듣고 싶어서 온 거야.”
그러나 아카시의 말에도 쿠로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증거자료를 읽고 있는 그의 얼굴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아카시는 더 안달났고 쿠로코의 표정에 더 집중했다.
“입 다물고 있으면 더 불리할 뿐이야. 어젯밤에 뭘 했는지 들어야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어. 아직 보고 안 올렸으니까 날 믿어.”
“그렇습니까.”
그렇게 말한 쿠로코는 고개를 들자마자 갑자기 아카시의 양팔을 잡았다. 놀란 아카시가 본능적으로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쿠로코는 힘껏 자신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때 왼쪽 팔이 짜릿하게 저리고 등 뒤에 소름 돋았다.
“지금입니다!”
쿠로코의 신호와 동시에 마루에서 난 창문을 열고 괴한 두사람이 들어와 아카시를 덥쳤다. 그리고 집안 다른 곳에서 숨어 있었던 다른 이들도 진검을 들고 들어와 칼 끝을 아카시에게 겨누었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아카시는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시끄러운 매미소리 때문에? 집안이 지나치게 깨끗해서? 파수꾼인 아카시가 못 느낄 정도로 괴한들이 완벽하게 기척을 숨긴 것도 있지만, 그보다 쿠로코가 자신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줄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어젯밤부터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꼼짝없이 잡히고 포위 당하고 있는 처치라도 아카시는 끝까지 저항했다. 힘껏 발버둥 치면서도 그는 계속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쿠로코를 올려다 보면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하지만 쿠로코는 대답하지 않았고, 자신의 옆으로 앉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온나멘[각주:2]을 걸친 사람이 천천히 거실로 들어왔다. 가면이 작아 아래턱은 보이지만 아카시라도 그것만으로 정체를 알아 볼 순 없었다.
“장기는 어디에 있는가.”
“왼쪽 어깨에 있을 겁니다.”
낯선 남자 입에서 장기라는 단어가 나오자 아카시는 파수꾼만의 장기가 적출 된 채 발견된 예비자가 생각나 소름이 돋았다. 그토록 찾았던 범인들이 어째서 쿠로코를 알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적 충격에 온 몸이 굳어가고 있을 때 쿠로코 옆에 있던 남자가 아카시가 입고 있는 하얀 셔츠깃을 잡아 뒤로 당겼다. 어찌나 세게 잡아 당겼는지 단추가 뜯어지고 옷도 찢어졌다.
아카시의 왼쪽 어깨가 드러나자 어느새 바짝 다가 온 온나멘을 걸친 사람이 장침을 꺼내들었다. 날카롭게 빛나는 장침을 본 아카시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쿠로코를 보았다. 쿠로코도 아카시를 보고 있어서 서로 눈이 마주쳤으나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쿠로코!”
하지만 쿠로코는 대답하지 않은채 지난 10년동안 쌓았던 신뢰를 무참히 깨트렸다. 그에 따라 느끼는 배신감은 아카시를 더 절망으로 몰아갔다. 쿠로코를 부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카시의 어깨로 온나멘을 걸친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살갗을 훑는 손가락에 놀란 그는 어깨를 흔들면서 저항했다. 그러자 그를 붙잡고 있는 괴한 중 하나가 아예 아카시 위로 올라타 내리 눌렸고, 쿠로코의 옆에 있던 남자가 아카시의 머리를 잡아다가 바닥에 내리쳤다. 다다미이었도 세게 부딪친 바람에 머리가 울려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그때 여전히 아카시의 팔을 잡고 있는 쿠로코가 그의 팔을 더 세게 잡는게 느껴졌다.
더 이상 저항 할 수 없는 사이 온나멘을 걸친 사람은 드러난 아카시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훑다가 뒷목에서 가까운 곳에 멈추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고 있던 장침을 단번에 꽂았다.
어깨근육을 찌른 장침은 생각보다 훨씬 아파서 맞자마자 짧은 비명을 질렸다. 왼쪽 어깨부터 왼쪽 손 끝까지 아픔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와 별개로 서서히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갑자기 이런 적이 없었던 그는 당황했다. 머릿속에서는 발버둥치라고 말하는 데 그 의사가 몸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그를 감싸고 있는 예리한 감각들도 점점 몸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이윽고 자신을 내리찍고 있던 괴한들이 힘을 풀고 붙잡고만 있어도 아카시는 그들의 손을 떨쳐내지 못했다. 일어나려고 가까스로 무릎을 움직였지만 그 뿐이었다. 무기력함에 좌절하자 그는 무심코 시선을 올려 쿠로코를 보았다, 쿠로코의 눈은 그의 앞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보이는 그의 입은 무언가를 말하는 듯이 움직이고 았었지만 이젠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카시에겐 닿지 못했다.
'쿠농 > 장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흑적] 땅거미 내리는 저녁 8 (0) | 2014.12.08 |
---|---|
[흑적] 땅거미 내리는 저녁 7 (2) | 2014.12.01 |
[흑적] 땅거미 내리는 저녁 5 (2) | 2014.08.19 |
[흑적] 땅거미 내리는 저녁 4 (0) | 2014.07.15 |
[흑적] 땅거미 내리는 저녁 3 (0) | 2014.07.08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