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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송/단편 2016. 11. 24. 06:18[숫자마츠] 이누가미
안녕하세요. 김아오입니다.
지금은 모바일로 올려서 접은글을 할 수 없네요.앱으로 하는 건데도 이런 것 좀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헤소쿠리에서 애들이 요괴에 빙의된 것으로 이벤트가 떳습니다. 쥬시는 이누가미라서 이게 뭐지 찾아봤는데....
아무튼 그것에 영감을 얻어서 짧게 써봤습니다. 다른 분들이 귀여운거 연성할때 이런거 써도 되나 싶지만 아무쪼록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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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마당은 정말 커요.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뒷마당인데도 매우 커서 매일매일 마음껏 뛰놀았어요. 젖먹여주는 엄마랑 같이 젖먹는 형제들은 없고 나 혼자였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사람들은 뒷마당에 혼자 있는 나에게 밥을 줬어요.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가장 큰어른인 주인님은 나를 귀여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형제들 중에서 나를 골라 준 사람이었어요. 이 좋고 넓은 집에서 살게 해줬어요. 뻣뻣하게 서있는 다리에 얼굴을 비벼도 내치지 않았아요. 그래서 나는 주인님이 좋아요.
그곳에서 나는 사계절을 보냈어요. 마당에 있는 들꽃이 피면 향기를 맡으려고 꽃에 코를 박았어요. 더위를 알리는 비가 하루종일 내리면 처마 밑에 들어가 빗소리를 들으면서 새들이랑 같이 잤어요. 낙엽이 가득히 쌓이면 폭신한 그 위에 뛰어 올라가서 빙글빙글 돌아 다녔어요. 밤새 눈이 내리고나면 마당은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어요. 그리고 다시 따뜻한 서쪽 사람에 꽃나무에서 꽃잎이 내리 온 날에 주인님이 처음으로 나를 불러주었어요.
밥을 주는 사람의 손에 번쩍 들려서 무서웠지만 나를 보는 주인님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게 좋아서 나는 꼬리를 흔들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님의 차가운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더 신기해서 나는 주인님! 주인님! 하고 계속 불렸어요.
"개의 고개만 내밀고 나머지는 땅에 묻어라."
라고 주인님이 말했지만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처음으로 듣는 주인님의 목소리가 멋져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어요. 귀가 좋은 나는 주인님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또 기억했어요. 또다시 주인님이 나를 불러준다면 바로 달려갈거에요.
주인님이 마당을 나가자 나를 든 사람은 주인님이 가는 쪽과 다른 쪽으로 갔어요. 나는 주인님과 멀어지는 것도 싫고 왜 이 마당을 나가야 하는지 몰라서 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내려달라고 칭얼거렸어요. 그러나 그 사람은 나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밥을 줄 때와 다르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했지만 나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라서 무슨 뜻인지 몰라요. 단지 기운이 좋지 않은 거 같아서 나는 그 사람에게 힘내라고 크게 말해줬어요.
그 사람에게 들린 채로 간 곳에는 집안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바닥에는 구덩이 하나가 있었어요.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주었어요.
나는 구덩이를 파놓고 같이 놀아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러나 나를 들고 온 사람이 내 몸을 천주머니 안에 넣고 묶었어요. 이게 뭔지 몰라서 나는 그 사람을 멀뚱멀뚱 바라봤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나를 보지 않고 천주머니 안에 있는 몸을 구덩이 안에 넣고 내 머리를 꽉 잡았어요. 너무 세게 잡아서 아팠어요. 그리고 같이 있는 사람들은 구덩이 안에 있는 내 몸 위로 흙을 뿌렸어요. 나를 귀엽다고 만져주는 사람들이 그렇게하니 무서웠어요. 그래서 뒷다리를 움직여서 구덩이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흙을 뿌리는 걸로 내 등을 쳤어요. 나는 너무 아파서 하지말라고 비명을 질렸어요.
"가만히 있어. 개새끼야!"
내 머리를 잡고 있는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쳤어요. 나는 울었어요. 무서워요. 놔주세요. 아파요. 나한테 왜 그래요. 꼬리를 말고 달달 떠는 내 몸 위에는 계속 흙이 뿌려졌어요. 털 위에 쌓은 흙은 점점 내 몸을 짓눌렸어요. 천주머니를 벗길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은 나를 때리고 거칠게 소리쳤어요.
구덩이를 메울 정도로 많은 흙 안에는 내 몸이 있었어요. 이미 나는 흙이 무거워서 빠져나가기 힘든데 사람들은 내 몸이 묻어있는 흙을 꾹꾹 밟았어요. 그럴때마다 차가운 흙이 천주머니 안에 있는 내 몸을 옭매었어요.
몸만 땅에 묻은 사람들은 내 앞에 음식을 앞에 두고 떠났어요. 맛있는 고기가 앞에 있어도 나는 먹지 않고 떠난 사람들을 불렀어요. 풀어주세요. 풀어주세요. 주인님 어디 갔어요. 주인님 제발 꺼내주세요.
달이 뜨는 밤이 지나고 동쪽에서 해가 나와서 서쪽으로 가도 사람들은 오지 않았어요.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목놓아 불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슬펐어요. 어제만 해도 나를 귀여워해주던 사람들인데.
그렇게 날은 가고 또 갔어요. 머리만 내민 채로 땅에 묻어있는 나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요. 앞에 고기가 있지만 내 입이 닿지 않아서 먹을 수 없었어요.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목이 땅에 쓸려서 피가 날 정도로 고개를 내밀어도 혀도 닿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먹으라고 준 고기를 먹지 못해서 속상했어요.
계속 땅 위에 있던 고기를 곰팡이가 슬고 벌레들이 와서 나 대신 갉아 먹었어요. 몸이 땅 속에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고기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내민 채로 축 늘어져 있었어요. 밖에 나온 혓바닥은 말라버렸어요. 천주머니 안에 있는 몸도 이미 벌레들에게 먹히고 있었지만 아플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렇게 또 하루가 갔어요. 그러자 그날 아침 사람들과 주인님이 왔어요. 다시 찾아온 사람들과 주인님을 본 나는 움직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었어요. 어서 꺼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대신 마지막으로 남은 기운을 쥐어짜 고개를 들었어요. 주인님, 한번만 꺼내주세요. 다음부턴-
그때 퉁하고 땅이 울렸어요.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내 머리는 땅에 떨어졌어요. 사람들은 떨어진 내 머리를 주머니에 담았어요. 땅에 묻어있는 내 몸은 내버려두고 주인님과 사람들은 내 피를 흘리며 다시 떠나버렸어요. 그렇게 가버렸어요.
구미호는 난감했다. 산책하는 길목에 역겨운 개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땅에 묻은 몸만 남아 있는 개 사체가 있었다. 그 위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누가미가 있었다. 개를 싫어하는 구미호는 저주 때문에 억지로 만든 이누가미 또한 좋아하지 않았다. 허나 본래 잘린 머리를 따라가야 할 이누가미가 어찌하여 필요없는 몸에 남아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어느 연유가 있어서 원한이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한걸까.
두터운 소매로 코를 막고 이누가미에게 다가가니 이누가미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구미호를 보았다. 이누가미는 크게 웃고 있었지만 눈은 생기하나 없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괴상했다. 구미호는 반쯤 뜬 눈으로 이누가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여기에 있어.
배고파.
이누가미가 가지고 있는 원한으로 인해 무의미하게 말하자 구미호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어찌 머리를 따라가지 않았냐고. 사람이 가져간 머리를 따라갔으면 사람에게 빙의할 수 있을텐데. 그러면 먹을 수 있어.
배고파. 배고파.
이누가미는 이미 정상적으로 대답할 이성이 없는 듯했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누가미에게 말거는 것이 귀찮아졌으나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에 이누가미의 사연을 듣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구미호는 자책하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고 다시 물었다.
배고픔이 가시면 말해줄거냐.
안 배고파지면 나갈 수 있어.
이누가미가 아까와 다른 말을 했다. 이성을 찾았나해서 표정을 살펴보았으나 여전히 입은 크게 웃고 있고 눈은 생기를 잃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렇게 이누가미를 건들어 보면 연유가 나올 것 같았다.
나가면 어떡할 건데.
그 다음에는 마당으로 달려갈거야.
마당에는 왜.
가면 사람들이 있어. 주인님이 있어.
주인님이라면 이누가미를 만든 사람일 것이다. 분명 저주를 하기 위해 죄없는 개를 이렇게 만들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쓸모없는 머리를 가져가버렸다. 구미호가 잠시 생각한 사이 이누가미가 먼저 말했다.
주인님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할거야. 미안하다고 할거야. 귀찮게 안하겠다고 할거야.
이누가미의 말에 구미호는 입을 다물었다. 이누가미의 원한은 굶주림에 의한 원한이 아니였다. 이미 상상 속에서 주인님을 만난 이누가미는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괴상한 표정에서 눈물이 흘렸다.
주인님. 죄송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론 잘할게요. 버리지 마세요. 이렇게 빌테니 제발 버리지 마세요.
이누가미가 바보같이 주인님에게 용서 구하는 동안 구미호는 소매를 걷어 맨손으로 이누가미의 몸이 묻어있는 땅을 팠다. 깊게 묻지 않아서 천주머니는 금세 드러났다. 천주머니에서 꺼낸 몸은 이미 썩을대로 썩어서 뭉개진 살 사이에 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미호는 그런 이누가미의 몸을 품에 안았다. 개 냄새는 이미 느껴지지 않았다.
구미호가 자신의 몸을 안으니 그 위에 있던 이누가미가 놀란 눈으로 구미호를 바라보았다. 크게 웃던 입은 작아지고 눈에는 이곳에 없는 주인님이 아닌 구미호가 있었다. 구미호는 이누가미를 보면서 말했다.
난 개가 제일 싫어. 물릴까봐 무서워. 근데 너는 버리지 말아 달라고 해서 데려갈거야. 나는 함부로 버리지 않을거니까.
구미호의 말을 들은 이누가미는 울먹이다가 구미호 아래에 머리를 대고 수그렸다. 계속 머리로 다리를 비비면서 울었다.
구미호는 이누가미와 몸을 두 손 가득 안고 조용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누가미의 몸이 있던 구덩이는 흙으로 메꿔지고 그 위에 들꽃 하나가 놓여졌다.
지금은 모바일로 올려서 접은글을 할 수 없네요.앱으로 하는 건데도 이런 것 좀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헤소쿠리에서 애들이 요괴에 빙의된 것으로 이벤트가 떳습니다. 쥬시는 이누가미라서 이게 뭐지 찾아봤는데....
아무튼 그것에 영감을 얻어서 짧게 써봤습니다. 다른 분들이 귀여운거 연성할때 이런거 써도 되나 싶지만 아무쪼록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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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마당은 정말 커요.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뒷마당인데도 매우 커서 매일매일 마음껏 뛰놀았어요. 젖먹여주는 엄마랑 같이 젖먹는 형제들은 없고 나 혼자였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사람들은 뒷마당에 혼자 있는 나에게 밥을 줬어요.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가장 큰어른인 주인님은 나를 귀여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형제들 중에서 나를 골라 준 사람이었어요. 이 좋고 넓은 집에서 살게 해줬어요. 뻣뻣하게 서있는 다리에 얼굴을 비벼도 내치지 않았아요. 그래서 나는 주인님이 좋아요.
그곳에서 나는 사계절을 보냈어요. 마당에 있는 들꽃이 피면 향기를 맡으려고 꽃에 코를 박았어요. 더위를 알리는 비가 하루종일 내리면 처마 밑에 들어가 빗소리를 들으면서 새들이랑 같이 잤어요. 낙엽이 가득히 쌓이면 폭신한 그 위에 뛰어 올라가서 빙글빙글 돌아 다녔어요. 밤새 눈이 내리고나면 마당은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어요. 그리고 다시 따뜻한 서쪽 사람에 꽃나무에서 꽃잎이 내리 온 날에 주인님이 처음으로 나를 불러주었어요.
밥을 주는 사람의 손에 번쩍 들려서 무서웠지만 나를 보는 주인님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게 좋아서 나는 꼬리를 흔들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님의 차가운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더 신기해서 나는 주인님! 주인님! 하고 계속 불렸어요.
"개의 고개만 내밀고 나머지는 땅에 묻어라."
라고 주인님이 말했지만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처음으로 듣는 주인님의 목소리가 멋져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어요. 귀가 좋은 나는 주인님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또 기억했어요. 또다시 주인님이 나를 불러준다면 바로 달려갈거에요.
주인님이 마당을 나가자 나를 든 사람은 주인님이 가는 쪽과 다른 쪽으로 갔어요. 나는 주인님과 멀어지는 것도 싫고 왜 이 마당을 나가야 하는지 몰라서 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내려달라고 칭얼거렸어요. 그러나 그 사람은 나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밥을 줄 때와 다르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했지만 나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라서 무슨 뜻인지 몰라요. 단지 기운이 좋지 않은 거 같아서 나는 그 사람에게 힘내라고 크게 말해줬어요.
그 사람에게 들린 채로 간 곳에는 집안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바닥에는 구덩이 하나가 있었어요.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주었어요.
나는 구덩이를 파놓고 같이 놀아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러나 나를 들고 온 사람이 내 몸을 천주머니 안에 넣고 묶었어요. 이게 뭔지 몰라서 나는 그 사람을 멀뚱멀뚱 바라봤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나를 보지 않고 천주머니 안에 있는 몸을 구덩이 안에 넣고 내 머리를 꽉 잡았어요. 너무 세게 잡아서 아팠어요. 그리고 같이 있는 사람들은 구덩이 안에 있는 내 몸 위로 흙을 뿌렸어요. 나를 귀엽다고 만져주는 사람들이 그렇게하니 무서웠어요. 그래서 뒷다리를 움직여서 구덩이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흙을 뿌리는 걸로 내 등을 쳤어요. 나는 너무 아파서 하지말라고 비명을 질렸어요.
"가만히 있어. 개새끼야!"
내 머리를 잡고 있는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쳤어요. 나는 울었어요. 무서워요. 놔주세요. 아파요. 나한테 왜 그래요. 꼬리를 말고 달달 떠는 내 몸 위에는 계속 흙이 뿌려졌어요. 털 위에 쌓은 흙은 점점 내 몸을 짓눌렸어요. 천주머니를 벗길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은 나를 때리고 거칠게 소리쳤어요.
구덩이를 메울 정도로 많은 흙 안에는 내 몸이 있었어요. 이미 나는 흙이 무거워서 빠져나가기 힘든데 사람들은 내 몸이 묻어있는 흙을 꾹꾹 밟았어요. 그럴때마다 차가운 흙이 천주머니 안에 있는 내 몸을 옭매었어요.
몸만 땅에 묻은 사람들은 내 앞에 음식을 앞에 두고 떠났어요. 맛있는 고기가 앞에 있어도 나는 먹지 않고 떠난 사람들을 불렀어요. 풀어주세요. 풀어주세요. 주인님 어디 갔어요. 주인님 제발 꺼내주세요.
달이 뜨는 밤이 지나고 동쪽에서 해가 나와서 서쪽으로 가도 사람들은 오지 않았어요.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목놓아 불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슬펐어요. 어제만 해도 나를 귀여워해주던 사람들인데.
그렇게 날은 가고 또 갔어요. 머리만 내민 채로 땅에 묻어있는 나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요. 앞에 고기가 있지만 내 입이 닿지 않아서 먹을 수 없었어요.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목이 땅에 쓸려서 피가 날 정도로 고개를 내밀어도 혀도 닿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먹으라고 준 고기를 먹지 못해서 속상했어요.
계속 땅 위에 있던 고기를 곰팡이가 슬고 벌레들이 와서 나 대신 갉아 먹었어요. 몸이 땅 속에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고기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내민 채로 축 늘어져 있었어요. 밖에 나온 혓바닥은 말라버렸어요. 천주머니 안에 있는 몸도 이미 벌레들에게 먹히고 있었지만 아플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렇게 또 하루가 갔어요. 그러자 그날 아침 사람들과 주인님이 왔어요. 다시 찾아온 사람들과 주인님을 본 나는 움직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었어요. 어서 꺼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대신 마지막으로 남은 기운을 쥐어짜 고개를 들었어요. 주인님, 한번만 꺼내주세요. 다음부턴-
그때 퉁하고 땅이 울렸어요.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내 머리는 땅에 떨어졌어요. 사람들은 떨어진 내 머리를 주머니에 담았어요. 땅에 묻어있는 내 몸은 내버려두고 주인님과 사람들은 내 피를 흘리며 다시 떠나버렸어요. 그렇게 가버렸어요.
구미호는 난감했다. 산책하는 길목에 역겨운 개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땅에 묻은 몸만 남아 있는 개 사체가 있었다. 그 위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누가미가 있었다. 개를 싫어하는 구미호는 저주 때문에 억지로 만든 이누가미 또한 좋아하지 않았다. 허나 본래 잘린 머리를 따라가야 할 이누가미가 어찌하여 필요없는 몸에 남아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어느 연유가 있어서 원한이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한걸까.
두터운 소매로 코를 막고 이누가미에게 다가가니 이누가미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구미호를 보았다. 이누가미는 크게 웃고 있었지만 눈은 생기하나 없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괴상했다. 구미호는 반쯤 뜬 눈으로 이누가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여기에 있어.
배고파.
이누가미가 가지고 있는 원한으로 인해 무의미하게 말하자 구미호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어찌 머리를 따라가지 않았냐고. 사람이 가져간 머리를 따라갔으면 사람에게 빙의할 수 있을텐데. 그러면 먹을 수 있어.
배고파. 배고파.
이누가미는 이미 정상적으로 대답할 이성이 없는 듯했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누가미에게 말거는 것이 귀찮아졌으나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에 이누가미의 사연을 듣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구미호는 자책하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고 다시 물었다.
배고픔이 가시면 말해줄거냐.
안 배고파지면 나갈 수 있어.
이누가미가 아까와 다른 말을 했다. 이성을 찾았나해서 표정을 살펴보았으나 여전히 입은 크게 웃고 있고 눈은 생기를 잃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렇게 이누가미를 건들어 보면 연유가 나올 것 같았다.
나가면 어떡할 건데.
그 다음에는 마당으로 달려갈거야.
마당에는 왜.
가면 사람들이 있어. 주인님이 있어.
주인님이라면 이누가미를 만든 사람일 것이다. 분명 저주를 하기 위해 죄없는 개를 이렇게 만들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쓸모없는 머리를 가져가버렸다. 구미호가 잠시 생각한 사이 이누가미가 먼저 말했다.
주인님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할거야. 미안하다고 할거야. 귀찮게 안하겠다고 할거야.
이누가미의 말에 구미호는 입을 다물었다. 이누가미의 원한은 굶주림에 의한 원한이 아니였다. 이미 상상 속에서 주인님을 만난 이누가미는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괴상한 표정에서 눈물이 흘렸다.
주인님. 죄송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론 잘할게요. 버리지 마세요. 이렇게 빌테니 제발 버리지 마세요.
이누가미가 바보같이 주인님에게 용서 구하는 동안 구미호는 소매를 걷어 맨손으로 이누가미의 몸이 묻어있는 땅을 팠다. 깊게 묻지 않아서 천주머니는 금세 드러났다. 천주머니에서 꺼낸 몸은 이미 썩을대로 썩어서 뭉개진 살 사이에 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미호는 그런 이누가미의 몸을 품에 안았다. 개 냄새는 이미 느껴지지 않았다.
구미호가 자신의 몸을 안으니 그 위에 있던 이누가미가 놀란 눈으로 구미호를 바라보았다. 크게 웃던 입은 작아지고 눈에는 이곳에 없는 주인님이 아닌 구미호가 있었다. 구미호는 이누가미를 보면서 말했다.
난 개가 제일 싫어. 물릴까봐 무서워. 근데 너는 버리지 말아 달라고 해서 데려갈거야. 나는 함부로 버리지 않을거니까.
구미호의 말을 들은 이누가미는 울먹이다가 구미호 아래에 머리를 대고 수그렸다. 계속 머리로 다리를 비비면서 울었다.
구미호는 이누가미와 몸을 두 손 가득 안고 조용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누가미의 몸이 있던 구덩이는 흙으로 메꿔지고 그 위에 들꽃 하나가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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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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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2016. 7. 13. 00:14모짓토 움짤
페북에 움짤이 주소를 위해 저장 ㅋㅋㅋ
그냥 작업한거 쉽게 올릴려고 페북을 활용하러고 했는데 정말 사람 귀찮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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