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쿠농/단편 2015. 8. 6. 01:00[청흑] 흰 까마귀 1
안녕하세요. 김아오입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청흑으로는 더 오랫만이네요.
그동안 업뎃이 없었던... 네 맞습니다. 그동안 쓴게 없었습니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나름 온리전도 준비하다보니 몇달동안 쓴게 없었네요.
이번에 올리는 글은 6월달 청흑온에서 신간으로 내 예정이었던 글이었습니다만 펑크를 나는 바람에 지금이라도 완성해서 올립니다. 사실 짧은 글이라서 냈어도 배포본이었을 겁니다 헤헤
이 이야기에는 어린 다이키와 청년(?) 그 분이 나오십니다. 자세한 것은 읽어보시면 되여ㅎㅎ
그럼 이번 글도 재밋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편으로는 올리기엔 긴 분량이라서 2편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공유감정은 뭔가여...)
여름방학 동안 할머니가 있는 시골에 간다는 엄마의 말에 열살짜리 다이키는 며칠동안 제 짐을 싸고 풀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할머니 네 가는 날이 왔고, 같이 가는 엄마 손을 꼬옥 잡고 기차에 오르는 순간 아이의 작은 마음은 크게 부풀어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도시에 살아 온 아이에게 기차 창문으로 보이는 생생한 초록색은 놀라움 그 자체이었다. 유리창에 김이 설 정도로 딱 달라 붙어 바깥을 보는 데 정신 팔린 다이키를 보고 엄마는 가만히 있으라고 타박했지만 소용없었다.
할머니 네가 있는 시골은 도쿄에서부터 제법 먼 거리에 있었다. 세시간 동안 실컷 구경하다가 제 풀에 지쳐서 졸고 있었던 다이키는 결국 엄마의 손에 이끌려 겨우 기차를 내렸다. 아직도 졸린 눈을 비비고 나간 역 밖엔 이미 할머니가 엄마와 다이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가 반가워 두팔을 벌리고 달려가자 할머니는 나이를 잊은 호쾌한 웃음으로 손자를 끌어 안았다. 일찍이 남편을 먼저 보냈지만 강인한 성격의 할머니는 언제나 힘이 넘치셨다.
할머니 네는 역에서도 차를 타고 삼십분은 가야 있는 산골에 있어 이번에는 할머니가 운전하는 트럭을 탔다. 네시간 가까이 되는 여행길은 열살짜리 꼬마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이키는 더 이상 졸지 않기 위해 제 짐을 꼭 끌어안고 두 눈을 부릅 뜨며 참았다.
구불거리는 산길 끝에 도착한 2층 목재 건물, 할머니 네에 도착하자 누구보다 먼저 다이키가 트럭에서 내렸다. 또래보다 작은 몸으로 무거운 짐을 낑낑대면서 대문을 들어서니 시원한 그늘이 있는 마루에는 고운 백발을 뒤로 묶은 증조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연세가 많으신대도 불구하고 증조 할머니는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증손자를 향해 웃어주었다.
"왕할머니!"
역에서 할머니를 만났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는 다이키는 들고 있는 짐도 바닥에 내팽겨치고 증조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제법 큰 증손자가 퍽하니 소리 날 정도 세게 안겼음에도 증조 할머니는 흔들림없이 증손자를 꼭 끌어안았다. 부쩍 마르신 증조 할머니 품에서 옥수수 삶는 냄새가 나자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다이키는 누구보다 증조 할머니를 제일 좋아했다.
워킹맘인 엄마는 하루만 같이 자고 바로 도쿄로 올라갔다. 엄마없이 할머니 네 집에 남겨졌지만 증조 할머니랑 있을 생각에 신이 난 다이키에겐 우울한 기색이 전혀 없어서 오히려 두고 온 엄마가 서운할 정도였다.
도시 소년 다이키는 시골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하루 이틀은 농구공도 깜박하고 안 가져왔고 소꼽친구인 사츠키도 없었고, 심지어 먼저 방학을 맞이해서 본가에 내려온 대학생 막내 삼촌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서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절대 어린 다이키와 놀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을 만나자 바로 친구 먹고 같이 놀아다녔다. 아이들 중에는 다이키처럼 잠깐 이 곳에 내려 온 도시 아이도 있었고, 시골 토박이인 애들도 있었다. 다이키를 포함한 도시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그때, 농구와 게임 밖에 몰랐던 다이키는 마을 옆, 제법 큰 산에 올라가 매미를 잡는 법을 배웠고 얕은 냇가에 조잡하게 만든 작은 낚시대로 가재를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 산과 냇가를 쑤시고 다녔던 다이키는 어느 새 피부가 새까맣게 타 누가 봐도 인정할 정도로 시골 소년이 다 되었다.
어느 날, 자기랑 안 놀아주는 삼촌은 무시하고 같이 아이들과 항상 만나는 마을 입구에 가니 한 아이가 나오지 않았다. 다이키와 같은 도시 아이로 아래로 땋은 양갈래 머리를 매일하고 왔던 소녀였다. 이름은 잘 몰라도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던 다이키가 다른 아이에게 왜 안왔냐고 묻자, 친구는 그 여자아이가 독감에 걸려서 누워있다고 대답했다.
더운 여름에 왠 독감인가 싶었지만 원래 몸이 약한 아이이란 걸 알고 있어서 개의치 않았다. 그저 독감이 옮을까봐 친구들과 같이 찾아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러나 독감은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 걸린 여자아이의 옆집에 사는 어린 아이부터 시작해서 독감은 먹풀 퍼지듯이 퍼져갔다. 아직 안 걸린 아이들 마저 독감에 옮을까봐 걱정된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당분간 같이 놀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이키도 할머니에게 그 말을 듣고 싫다며 대들었다가 호쾌하신 할머니에게 시원하게 꿀밤 맞았다. 놀 친구가 없어서 심심했던 다이키는 몸이 약한 증조 할머니 대신으로 삼촌에게 달려갔다. 다이키가 방문을 벌컥 열어도 막내 삼촌은 여자들이 나오는 잡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삼촌, 놀아줘."
"삼촌 바쁘다. 나가서 놀아."
"같이 놀 친구 없단 말이야!"
"그럼 혼자 노세요. 다이키 군은 혼자서 못 노는 꼬맹이입니까?"
꼬맹이란 말에 열받은 키 작은 다이키는 삼촌에게 필요없다고 버럭 소리지르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없어서 썰렁한 시골길을 씩씩대며 걸어가던 아이는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보고 멈춰섰다.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 자주 올라가던 산이었지만 할머니는 절대 혼자서 산으로 가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선뜩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옆에 할머니도 없는데 괜히 마른 침을 삼킨 다이키는 생선 훔쳐먹는 고양이 같은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산책로로 달려갔다.
위로 달려갔던 다이키는 2분정도 달리고 거친숨을 몰아쉬고 멈추었다.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을은 빽빽히 자란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산에 혼자 남게되자 자신이 모험을 떠나는 동화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두근거렸다. 상기된 뺨을 비비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아이는 산책로 옆에서 들리는 매미소리에 이끌려 작은 솔길로 들어갔다.
우는 소리만 들리는 매미를 찾아 돌아다닌 다이키는 몇분이 지나도 매미를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나무를 봐도 안 보이는 매미에 싫증을 느껴 돌아가려고 하자, 그제야 아이는 자신이 산책로도 못 찾을 정도로 깊숙히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를 봐도 시야를 가리는 나무와 수풀 밖에 보이지 않자 덜컥 겁이 났다.
새소리도 무서워진 다이키는 그래도 남자답게 울음 참고 왔던 길을 되짚어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겁에 질린 아이의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아이의 눈에는 주위가 다 같아 보였다. 산에 혼자 가면 위험하다는 할머니의 말이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할머니, 삼촌……왕 할머니."
오랫동안 산을 헤매도 마을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자 다급한 마음에 가족들을 불러보았다. 그러나 이 곳에 없는 그들이 다이키의 말에 대답 할리가 없었다. 이대로 집에 못 돌아가 가족들을 못보게 된다는 생각에 다이키는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 울기 시작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자 송글송글 맺힌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다이키의 시야 끝에서 초록색과는 이질적인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팔로 눈물을 닦고 다시보니 그 무언가는 검은색 옷을 입고 머리가 하늘과 같은 사람이었다.
드디어 사람을 찾은 다이키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달려갔다.
"도와주세요!"
다이키의 큰 목소리에 그 사람은 다이키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은근히 무시 받은게 서러운 다이키는 이를 악물고 더 빨리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더 가까이 가니 검은색 유카타를 입은 젊은 남자였다. 그 사람은 다이키가 바짝 다가와서야 아이를 쳐다보고 화들짝 놀랐다. 다이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사람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길을 잃었어요! 도와주세요!"
다이키가 큰 소리로 애원한 반면 그 사람은 충격먹은 표정으로 어버버거렸다.
"……내가 보입니까?"
"그럼, 보이지 안 보인다고 해! 장난치지말라고!"
어처구니 없는 그 사람의 말에 다이키는 그동안 쌓아두었던 서러움을 폭발했다. 유카타 소매를 꼭 붙잡고 엉엉 울자 그 사람은 어쩔 줄 몰라했다. 우선 우는 아이를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아이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우선 마을까지 데려다 줄테니 울지마세요."
"형도 길 잃으면 어떡해."
"걱정마세요. 누구보다 이 산에 대해서 잘 압니다."
표정하나 없는 새하얀 얼굴로 살짝 웃어 주며 해준 그 사람의 말에 다이키는 안심할 수 있었다. 유카타 소매 대신 내밀어준 그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그가 가는대로 따라갔다.
산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그 곳은 다이키가 자주가는 산책로가 아니었고 또한 갈림길이었다. 처음 보는 곳에 당황해서 주위를 살펴보자 그 남자는 다이키에게 마을은 저쪽 길로 가면 된다고 가르켜주었다.
"이 길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지만 마을과 절로 가는 또 다른 길입니다."
"고마워! 근데 형은 어디에 살아?"
삼촌보다 잘 놀아줄 것 같아서 다음에도 또 볼 생각에 물어보니 그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약간 흥분된 표정이 된 그 사람은 다이키의 손을 꽉 잡고 앞장서 걸어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마을이 아닌 절이 있다는 방향으로 갔다. 다이키는 그 사람 옆에 말없이 가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그 사람이 무섭지 않아서 순순히 따라갔다.
신사 방향으로 다이키를 데려가던 그 사람은 막상에 신사에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방향을 꺾어 좁은 길로 들어갔다. 바닥이 잘 다져진 산책로는 맞았는데 다닌 사람이 없는지 바닥에는 낮은 잡초들이 흙을 가득히 덮었다. 그리고 나무들도 가지가 많고 잎이 빽빽히 달려서 다른 곳보다 어두웠다. 슬슬 겁이 나던 참에 그 사람은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살짝 옆으로 비켜주면서 보여 준 곳은 잡초가 자란 공터에 그 끝에는 많이 낡은 사당이 있었다. 사람이 사는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기입니다. 좀 많이 누추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대충 치우면……."
그렇게 말한 그 사람은 다이키를 입구에 두고 공터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흩어진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치우기 시작했다. 사당에 달라 붙어있는 거미줄을 치우면서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앞으로 더 치우면 깔끔해질 겁니다. 그러면 사당에 오는데 불편하지 않을 거고 공물을 가져와도 벌레나 산짐승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물론 저도 작은 은덕정도는 보답으로 드릴 수 있으니까……."
"저기, 공물이 뭐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다이키가 말을 끊자 그 사람은 사당을 치우던 손을 멈추고 아이를 돌아보았다. 그가 말도 잇지못하고 당혹스러워하는지를 어린 아이인 다이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은덕이라든지, 사당이라든지 그런 어려운 말 모른다고. 나는 여기 근처는 처음인데 정말로 사는데가 어디야?"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로 말하니 그 사람은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뗐다.
"혹시 여기 마을 사람이 아닌가요?"
"응! 방학때문에 할머니 네 놀러왔어. 엄마랑 아빠랑 같이 도쿄에 살고 G초등학교 4학년 B반 2번, 아오미네 다이키. 키가 작아서 앞번호 이긴 한데 나중에 엄청 커질거라고!"
다이키의 말이 끝나자 그 사람은 힘없이 팔을 내렸다. 신이 났던 아까와 다르게 다이키도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우울해 보이는 거 같아서 다이키가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그 사람은 먼지 턴 손으로 다이키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로요."
걱정하는 아이를 위해 그 사람은 아까보다 눈에 띄게 웃어주었지만 어쩐지 애쓰는 것 같았다.
낡은 사당이 있는 공터를 나온 다이키는 그 사람을 따라 마을과 이어진 산책로 입구까지 걸어갔다. 덕분에 무사히 산에 빠져 나오자마자 다이키는 기쁜 얼굴로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 사람은 다이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자신은 다시 산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아이는 왜 그 사람이 다시 산으로 가는지 궁금했지만 마침 밭일을 마치고 그 앞을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발견되어서 호되게 혼나는 바람에 새까맣게 잊었다.
할머니에게 귀가 잡힌 채로 집에 돌아 온 다이키는 단단히 삐쳐 좋아하는 고기반찬 있는 저녁상에 입도 안대고 방에 틀어 박혔다. 물론 할머니는 버릇없는 손자를 달래주지 않고 그대로 굶겼다. 불도 안 키고 방 구석에 쭈그러 앉아있는 다이키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증조 할머니였다.
"아가, 배 안 고프냐?"
"……안 고파요."
"할미가 우리 아가가 좋아하는 옥수수 삶았는데 먹을래?"
"그치만 할머니가……"
"이 할미가 잘 말해줄게. 옥수수도 안 먹으면 우리 아가 키 안 클텐데."
증조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하니, 다이키는 바로 증조 할머니 품에 안겼다.
"아니야! 먹을래요. 나 키 많이 클거야."
"그럼 우리 마루에서 먹자꾸나."
옥수수 먹을 생각에 증조 할머니 손 잡고 마루에 가니 이미 막내 삼촌이 모기향을 피우고 자리 잡고 있었다. 아까 할머니한테 혼날 때 웃고 있던 막내 삼촌의 표정이 떠오른 다이키는 심술난 상태로 만화책을 보는 삼촌을 무시했다.
증조 할머니 옆에 꼭 붙어 앉은 아이는 따끈따끈한 옥수수를 받았다. 저녁을 먹지 않아 배가 완전히 굶주린 상태라 증조 할머니가 먹으라고 말하기 도 전에 허겁지겁 먹었다.
옥수수 낱알이 입가에 잔뜩 묻을 정도로 빠르게 한 개를 다먹자 증조 할머니는 다른 옥수수도 증손자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할미가 옛날 이야기 해줄까?"
다 먹은 옥수수 대를 빈 접시에 놓고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증조 할머니는 이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만화책이나 보던 막내 삼촌이 또 그 얘기냐며 괜히 타박했다.
"흰 까마귀 이야기라면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었다고요. 야, 꼬맹이 차라리 내가 해줄까?"
삼촌은 배에 깔고 있는 베개를 고쳐잡고 아이를 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다이키는 그 얄미운 표정을 보자 열이 받아 큰소리로 소리쳤다.
"삼촌, 저리 가!"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삼촌은 나름 어른이라고 같이 싸우지 않고 다이키에게 메롱했다. 완전히 열받은 다이키가 삼촌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증조 할머니가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치며 여기에 누우라고 말했다. 다이키는 뻘쭘한 마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증조 할머니의 미소에 바로 무릎에 누웠다. 증조 할머니는 귀여운 증손자의 짧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이 마을에는 오래 산 까마귀가 있었단다. 그 까마귀는 어찌나 오래 살았던지 털색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였다지."
"왕 할머니 머리처럼요?"
"아마, 이 할미보다 더 하얗거다. 거기에 몸집도 어마어마했지.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흰 까마귀를 무서워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그 흰 까마귀가 어느 날 부터인가 마을 사람들의 거울을 훔쳐 가기 시작했단. 마을 처녀들이 바닥에 손거울 흘리면 십중팔구로 흰 까마귀가 낼름 가져갔지. 게다가 마을 영주님의 따님의 큰 거울도 훔쳐가 버렸어. 거울을 빼앗긴 마을 사람들은 단단히 화가 났지."
"나는 거울이 없으니까 안 훔쳐가겠네?"
그 사이에 옥수수를 다먹은 다이키가 증조 할머니를 올려다보니 증조 할머니는 증손자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우리 아가는 예쁘게 생겨서 거울 안봐도 되니 좋겠어."
증조 할머니의 말에 다이키가 까르르 웃자, 어느새 마루에 온 할머니가 증조할머니 무릎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혼냈다.
"이 녀석, 어머님 무릎도 안좋은데 어서 안 내려와?"
"왕 할머니가 누우라고 했는데요?"
아직도 할머니에 삐친 아이는 뾰루퉁한 얼굴로 받아쳤다. 그 모습에 더 화난 할머니가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증조 할머니가 막은 바람에 더 이상 아이에게 뭐라 하지 못했다.
"하여튼 지 엄마 닮아서 말은 안들어요."
"그래도 할머니 말은 잘 들어야지."
"내일부터 잘 들을게요!"
증조 할머니의 말에는 대답 잘하는 다이키를 보니 할머니는 손자가 얄미워 기가 찼다. 그래도 손자 먹으라고 가지고 온 주먹밥을 놓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증조 할머니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활짝 웃었다. 다시 마루가 조용해지자 증조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할미가 거울 얘기까지 했나? 하여튼 흰 까마귀 때문에 거울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 마을에 전염병이 돌지 시작했단다. 어린 아이가 먼저 병에 걸리기 시작하자 병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퍼졌고 나중에는 어른들도 걸리기 시작했지."
"지금 애들이 독감 걸린 거 처럼요?"
"그 병은 독감보다 더 무서운 병이었단다. 심지어 그 병에 걸려 죽은 사람들도 나왔다지. 엄청 무서운 병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마을 버리고 가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단다. 그 때 근처를 여행하던 어느 신선님이 마을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 온거야. 그 신선님은 키가 무척 크고 피부도 까매서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했어. 하지만 신선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 치료해줬단다. 크고 아주 빛나는 거울을 가지고 말이야."
"거울?"
"그래 거울이었단다. 그 거울은 얼마나 신통방통한지 아픈 사람을 비추기만 하면 병이 깔끔하게 나았던거야. 그렇게 신기한 힘으로 아픈 사람들을 구해주자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도 신선님을 열혈히 환영했지. 큰 경사가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중에 소식을 듣고 온 흰 까마귀가 이번에는 신선님의 거울을 훔쳐가려고 했단다. 하지만 신선님은 신통한 능력으로 흰 까마귀를 혼내주었지. 흰 까마귀가 잘못을 늬우치자 신선님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었지. 그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신선님을 모시기 위해 신사를 지었는데 그게 그 산 위에 있단다."
"어, 오늘 거기 앞에 가봤어요."
"그래서 신사는 어땠니? 지금은 신선님이 고향에 가신 때라 아무도 없었을텐데."
"거기 안에는 안 들어가고 그 옆에 있는 사당? 그런데 갔는데 별거 없던데요."
오늘 산에서 만난 그 사람이 데리고 간 그 사당에 대해 말하자 증조 할머니는 그 곳을 잘 모르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이키는 증조 할머니가 이 마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그 사당이 있던 곳을 떠오르면 아무리 증조 할머니라도 모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도 안 먹을 정도로 할머니에게 단단히 혼났지만 다이키는 이번에도 혼자서 산에 갔다. 이번에도 들어가다가 할머니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했으나 이미 한 번 갔다오니 두번째는 여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다이키가 또 다시 산에 올라간 이유는 자신과 같이 놀아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독감은 오래가서 여전히 애들끼리 만나서 노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애들은 형제라도 있지만 외동에다가 집안에는 자기랑 절대 놀아주지 않는 삼촌만 있는 아이는 차라리 삼촌 나이 또래에 마을 할아버지처럼 유카타를 입은 그 사람을 찾아가기로 맘 먹었다. 표정은 없었지만 다이키에게 친절했던 그 사람은 왠지 잘 놀아 줄 것 같았다.
평일 낮에 걷는 산 길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 사람을 만날 생각에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 사람과 함께 갔던 길을 되짚어 올라가니 금세 증조 할머니가 말한 신사가 보였다. 신사는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그 사당보다 훨씬 깔끔했다. 신사 안에서 스님 한 분이 마당을 청소하는 것을 다이키는 조용히 신사 옆 샛길로 들어갔다.
조금 어두컴컴한 산길을 걸어 공터에 도착하니 여전히 주위가 더러운 사당이 보였지만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근처에 살아서 여기에 자주 오는 것 같길래 온 것였는데 막상 없으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주위를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을 부르기 위해 다이키는 손으로 나팔을 만들고 숨을 크게 마셨다.
"저,"
"무슨 일이십니까?"
부르기 전, 다이키의 등 뒤에서 나긋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전혀 기척을 못 느꼈던 다이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재빨리 도망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뒤를 보니 어제 만났던 그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도 검은색 유카타를 입은 하늘색 머리 남자는 오히려 다이키의 비명에 놀란 눈치였다.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
"나는 계속 여기에 있었습니다. 다이키 군이 못 본 것이겠지요. 아무튼 무슨 일로 여기에 왔나요?"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이키를 향해 허리를 숙여주었다. 눈높이 맞춘 상태로 보니 그 사람의 하늘색 눈동자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다이키는 신기한 눈동자를 마주보면서 말했다.
"나랑 놀아줘!"
"네,네?"
다이키의 말에 그 사람은 당황했다. 설마 자신이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는지 아이를 다이키를 빤히 바라보았으나 아이는 다시 못박았다.
"같이 놀 사람 없으니까 형이 놀아주면 안돼?"
"친구들은 없나요?"
"독감때문에 애들이랑 못 놀아."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눈에 띄게 미간을 찌푸렸다. 천천히 허리를 세운 그 사람은 신사가 있는 길로 가는 샛길을 바라보면서 뭐라고 웅얼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워낙 작았고 멀리 있어서 다이키는 들을 수 없었다.
조금 심각해보여서 다이키가 그 사람의 유카타 소매 자락을 잡으니 그 사람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가 다이키를 내려다 보았다.
"약한 녀석이니 곧 지나 갈 겁니다. 그건 그렇고 뭐할까요?"
그 사람은 자신의 유카타 자락을 잡은 다이키의 손을 잡아주었다. 살짝 웃는 그 사람을 바라보면서 다이키는 환하게 웃으며 우선을 그를 데리고 어두컴컴한 공터부터 나왔다. 오늘은 자신보다 키 큰 그와 매미부터 잡을 예정이었다.
할머니에게 들키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해서 다이키는 그 사람과 오래 놀지 못했지만 매일 만났다. 다이키가 살금살금 산에 올라가 낡은 사당이 있는 공터에 가면 그 사람이 더러운 사당을 청소하면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번이고 놀래켰지만 지금 희미하게 기척을 느낄 정도로 감이 좋아졌다.
다이키와 그 사람이 하는 놀이는 매미잡기, 가재잡기, 잠자리 잡기, 송사리 잡기, 개미 잡기 등 온통 잡는 것 밖에 없었다.친구들에게 배워서 잘 잡는 다이키에 비해 그 사람은 어른이면서 잘 잡지 못했다. 아이가 열심히 가르쳐줘봐도 그 사람은 잘하지 못했다. 마치 일부러 잡기 싫어 보일 정도로.
맨날 뭐 잡으로 가자고 산와 냇가를 여기저기 쑤시며 돌아다니는 터라 조금 까무잡잡했던 아이의 피부는 거기서 더 타 거의 흑인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같이 다니는 그 사람은 전혀 타지 않아 하얀 피부 그대로였다.
그렇게 활발한 다이키를 군말없이 따라가던 그 사람이 어느 날 힘이 쭉 빠져 있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존재감도, 힘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동안 오늘처럼 조금 걷는 것 만으로도 힘들어 바닥에 주저 앉은 적은 없었다. 아무리 불러봐도 도통 일어나지 못하는 그 사람이 걱정된 다이키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안색을 살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형도 독감에 걸린거야?"
"독감이 아니라 그동안 공물을 얻지 못해서 기운이 없습니다."
"배고파?"
"음, 다이키 군을 기준으로 하면 아마 배고프다는 게 맞겠죠?"
배고프다는 그 사람의 말에 다이키는 벌떡 일어나 그 사람에게 잔소리했다.
"어른이 말이야 밥도 잘 챙겨먹지 못하면 어떡해!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 내가 집에서 먹을 거 가지고 올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이키는 집으로 뛰어갔다. 바닥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이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달리기가 빨라서 순식간에 저만치 가고 있었다.
5분도 안되서 할머니네에 도착한 다이키는 아무도 없는 부엌으로 바로 들어갔다. 냉장고도 열어보고 선반도 살펴보았지만 밥으로 먹을 만한 것은 없었다. 식탁에 달달한 양갱이 있었으나 그 것은 증조 할머니가 먹는 거라 건들지 않았다. 아무리 부엌을 뒤져봐도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다이키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삼촌 몰래 숨겨둔 할머니가 준 데리야끼 맛 감자칩을 가져갔다.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 산으로 올라가니 그 사람은 다이키가 말한대로 그 자리에 앉아 꼼짝도 안했다. 헉헉 거친 숨소리를 내며 도착하자 그 사람은 다이키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힘들게 뛰어 왔나요. 천천히 오지."
"배고프다며. 자, 여기 감자칩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리야키 맛이라고"
"감자, 칩? 데리야끼?"
다이키가 내민 감자칩을 본 그 사람은 마치 그 것을 처음 보는 마냥 이상한 표정으로 과자봉지를 살펴보았다. 배고프다면서 얼른 받지 않는 그 사람에 다이키는 아예 그의 품에 감자칩을 안겼다. 어서 먹으라고 말했지만 그 사람은 빵빵한 감자칩을 안고 어쩔 줄 몰라했다.
"이건, 어떻게 먹는 건가요?"
"감자칩 안 먹어봤어? 형 다른 나라 사람이야? 그래서 머리가 그런거야?"
다이키가 놀라자 그 사람은 두 손을 들어 흔들고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 토박이라고 한 그 사람은 과자봉지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이런 건 처음보고 먹어 본 적도 없습니다. 산에만 있었더니 세상 돌아가는 걸 너무 모르네요."
"살면서 이런 것도 안 먹어보고 뭐한거야. 의외로 사람이 얼빵하네. 줘 봐. 내가 뜯어줄게."
그 사람에게 다시 감자칩을 받은 다이키는 그의 앞에 앉아 봉지 입구를 잡고 양쪽으로 당겼다. 몇번 끙끙대니 봉지가 깔끔하게 뜯어졌다. 과자 봉지 안에서는 짭짤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겨와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바로 입에 넣고 싶었지만 자기보다 제일 배고픈 그 사람에게 감자칩 하나를 내밀었다. 작은 손으로 집은 감자칩을 보던 그 사람은 천천히 입을 열어 받아먹었다.
감자칩의 바삭함이 앞에 있는 다이키에게도 전해졌다. 입안에 침이 이미 가득해진 다이키는 자신도 감자칩 하나만 먹었다. 아주 맛있게 먹어서 금세 다먹은 다이키에 비해 얇은 감자칩을 여러번 씹고 있는 그 사람은 점점 표정이 오묘해졌다. 겨우 감자칩을 넘긴 그에게 봉지를 내밀자 그 사람은 유카타 소매로 입을 가렸다.
"제, 입맛에는 그렇게 맞지 않네요."
"엥? 이거 맛있는 맛인데? 뭔가 형은 늙은이 같아."
"하하하, 그렇습니까? 아무튼 이 건 다이키 군 먹으세요."
그 사람이 웃으면서 다 먹으라고 말했지만 다이키는 배고파서 힘이 없는 사람 앞에서 혼자 먹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다시 감자칩을 집어서 줘봤으나 그 사람은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찝찝한 마음으로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음날 아침, 다이키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할머니에게 주먹밥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으나 아이는 머뭇거리면서 그냥 먹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손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설마 또 산에 혼자 가는 거 아니겠지?"
"……아닌데요. 그냥 주먹밥이 먹고 싶어요. 엄마는 자주 만들어 주었단말이야!"
"알았어! 해줄게. 어린애가 목청도 좋지. 가서 삼촌 불러와."
그렇게 애써 할머니에게 주먹밥을 받은 다이키는 몇개 먹지 않고 남겼다. 그걸 의아하게 본 할머니가 남긴 주먹밥을 밭일 나갈 때 가져가려고 하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주먹밥을 사수했다. 무슨 일이냐고 할머니가 열내면서 다시 물어보았고 또 다시 눈을 피하고 나중에 먹겠다고 변명했다. 다이키가 끝까지 이유를 말하지 않으니 결국 할머니도 포기하고 나갔다. 그 모습을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삼촌도 봤지만 다이키에게 별 관심이 없는 삼촌은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삼촌도 방으로 들어가자 다이키는 부엌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남긴 주먹밥을 챙겼다. 그리고 방에 계시는 증조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주먹밥을 가지고 다이키가 간 곳은 그 사람이 있는 사당이었다. 한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산을 올라 간 다이키가 사당에 도착하니 그 사람이 사당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다이키 군, 오늘도 왔습니까?"
"지금 배 많이 고파?"
다짜고짜 배고프냐고 물으니 그 남자는 얼빵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에게 다이키는 한 손에 들고 온 봉지를 내밀었다. 투명한 봉지에 담긴 주먹밥은 이리저리 흔들려서 부셔진 것도 있었다.
"할머니한테 부탁해서 가져왔어. 이거면 먹을 수 있지?"
비장한 표정으로 건네자 그 사람은 주먹밥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 그 사람 앞에 앉은 다이키는 그가 봉지도 못 풀까봐 자기가 직접 봉지도 풀어주었다. 활짝 열린 봉지 안에 든 주먹밥에서는 향긋한 김 냄새와 따뜻한 밥 냄새가 느껴졌다. 냄새만으로도 맛있는 주먹밥을 보자 그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감동 받은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이키 군은 정말 착한 아이군요."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다이키는 자기 엄마보다 예쁜 웃음을 보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엄마보다 더 예쁜 얼굴을 보니 가슴도 두근거리는 것 같아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런 아이에게 안 부셔진 주먹밥을 꺼내 건냈다.
"난 아침 먹고 왔어. 혼자 먹으라고."
"음복이라 생각하고 먹으세요. 아무튼 같이 먹어요."
음복이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한 말이니 좋은 말이라 생각하고 그가 준 주먹밥을 받았다. 서로 마주보며 먹으니 아까 먹었던 주먹밥보다 지금 먹는 주먹밥이 더 맛있었다.
'쿠농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흑] 흰 까마귀 2 (0) | 2015.08.06 |
---|---|
[황흑] 푸른빛을 찾는 열쇠 1 (0) | 2015.03.10 |
[청흑] 공유감정 (0) | 2015.02.21 |
[흑적] 1104호 이야기 (0) | 2015.02.02 |
[흑적] 1104호 이야기 / 맛보기용 (0) | 2015.01.22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