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번건 별거 아니고 헤소쿠리에 나온 마법 사서 쵸로마츠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길게 쓸 건 없어서 아주 짧게 썼습니다.
어떤거 쓸까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좀 신기한 걸 찾았습니다. 포르투갈의 오래된 도서관에서는 책벌레들을 잡아먹으라고 박쥐를 키운데요. 그것도 예전부터 전해지는 거라서 지금도 그렇다고 하네요. 저도 처음 듣는 소리라서 이번에 한번 써봤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검색하면서 미국 공공도서관에서 쓰는 도서 분류법인 듀이십진분류법에 해리포터 마법 과목을 대입시켜 보기도 했는데 막상 만들어 놓고 쓰지 못해 여기에 대충 올려봅니다. 심심하면 한번 열어보세요ㅎㅎ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쵸로마츠는 제 키보다 큰 황금색 열쇠를 타고 학교 뒷산 아래에 있는 작은 창고처럼 보이는 서고로 갔다. 곁에서 보기엔 2평도 채 되지 않아 도저히 서고로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학교 자체가 커다란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서 햇빛이 잘 들지 않는데, 그 커다란 학교가 동쪽 하늘을 막고 있어서 더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었다. 남들은 음침하다고 질색하지만 쵸로마츠가 일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콩콩.
열쇠를 타고 뛰어갈 때마다 어깨에 맨 짐꾸러미에 있는 물건들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그 소리가 걸리적거려서 크게 두어번 뛰니 어느새 창고문 앞으로 왔다. 한 사람정도 들어갈 수 있는 문에는 유독 커다란 열쇠구멍이 있었다. 손도 들어 갈 정도로 큰 구멍이라서 안이 보일 법하지만 아무리 빛을 비추어도 구멍을 마치 빛을 흡수한 것처럼 어두웠다. 쵸로마츠는 짐꾸러미를 문 옆에 내려놓고 타고 온 열쇠를 두 팔로 끌어 안아 번쩍 들었다. 타고 온 황금색 열쇠가 바로 서고 문을 여는 열쇠였다. 타고 다닐 때는 공짜 탈 것이 생겨서 편하지만 서고 문을 열 땐 이거만큼 불편한 게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제 일인걸.
쵸로마츠는 낑낑대며 커다란 열쇠 구멍에 딱 맞는 열쇠를 밀어 넣었다. 열쇠와 열쇠 구멍이 워낙 큰 탓에 잠금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마치 타악기의 리듬처럼 들렸다. 끝이 닫자 또다시 낑낑대며 열쇠를 돌렸다. 청량하게 잠금 장치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바람이 휘익 불었다. 드디어 문을 연 쵸로마츠는 열쇠를 빼낸 뒤에 손수건으로 구슬땀을 닦았다. 열쇠를 세우고 손을 떼니 열쇠는 저절로 서서 쵸로마츠를 향해 몸을 돌렸다. 혼자서 설 수 있고 주인을 따라오기까지하는 마법이 걸린 열쇠지만 열쇠가 스스로 날아서 문을 열는 마법을 걸지 않는건 선대 사서들의 심술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쵸로마츠도 열쇠에 건 마법을 해체해서 다른 마법을 거기엔 너무 귀찮아서 시도조차 안했다.
쵸로마츠는 드디어 문 옆에 둔 짐꾸러미를 들고 서고의 문을 열었다. 그 동시에 위잉하고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고에는 창문이 아예 없어서 어두컴컴했다.
"점등."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까운 등부터 하나씩 불이 켜졌다. 켜진 등불은 몇 백개가 넘었고 오백미터 앞까지 이어졌다. 고개를 들면 천장 또한 매우 높아서 빗자루를 타고 비행해도 될 정도였다. 촛불 같은 등에 눈이 익숙해지니 서고의 내부가 보였다. 그 넓은 공간에는 오동나무 서가로 가득했고 5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들이 있었다. 높은 천장 위에는 날 수 있는 책들이 떠돌고 있었다.
따라오는 열쇠와 함께 안에 들어온 쵸로마츠는 박수를 세번, 네번, 세번쳤다.
"집합."
부름에 따라 서가 곳곳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었다. 달각달각거리면서 온 것들은 무릎까지 오는 나무 인형들이었다. 바닥에 다니는 인형은 장화 신은 고양이마냥 두발로 선 고양이가 수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었고, 하늘을 나는 인형들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뜰채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인형들 앞에 짐꾸러미를 열었다. 짐꾸러미 안에는 독한 향을 담긴 향로들이 있었다.
"오늘은 소독날이다. 이걸 들고 적절한 곳에 놓고 대기해."
명령을 내리니 인형들은 달각달각거리면서 향로를 하나씩 들고 갔다. 향로가 제법 커서 인형들은 향로 하나를 드는데 두 팔로 가득히 안았다. 향로는 인형의 수보다 적어서 하늘을 나는 인형 몇개는 향로를 가져가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 애들에게 쵸로마츠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책벌레 먹는 박쥐들 다 데리고 와. 새끼 하나라도 빠지면 안 돼."
명령을 받은 인형들은 작은 날개를 여러번 파닥거리다가 빙그르르 돌아서 위로 올라갔다. 공중을 날아도 몸놀림은 고양이와 같았다.
인형들이 일하고 있는 동안 쵸로마츠는 입구 옆에 있는 사무 공간으로 갔다. 그를 따라 열쇠도 따라왔다. 그의 사무 공간에는 서고에서 소장하는 책의 목록이 수십권 있어서 서고 속 작은 서고였다. 그는 그곳에 있는 간식들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었다. 있는 간식들을 바구니에 챙겼다. 서고를 소독하는데 쓰는 향은 매우 독해서 음식에 스며들면 반드시 사람을 탈나게 만들었다. 전에 오소마츠가 장난을 쳐서 실수로 그 향이 스며든 간식을 먹었다가 일주일동안 기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쵸로마츠는 치를 떨면서 하나라도 빠짐없이 챙겼다. 사무 공간을 정리하고나니 인형들이 여기저기에서 향로를 놔두었다고 신호를 보냈다.
쵸로마츠는 바구니를 한 팔로 안고 온도계와 습도계를 확인했다. 온도는 19도 였고 습도는 중간치보다 조금 낮았다. 곧 향을 피우게 되면 습도가 더 낮아질테니 알맞는 습도로 맞추기 위해 습도를 중간치보다 더 높게 올리기 위해 마법으로 작은 물방울을 여러개 만들어 공중에 떠다니게 했다.
인형들이 보내는 신호는 점차 많아졌다. 그리고 부지런히 날아서 박쥐들을 찾던 날개달린 인형들도 박쥐들을 데려왔다. 쵸로마츠는 인형들에게 발로 책상 옆에 있는 나무 상자처럼 생긴 새집을 가리켰다. 알아서 찰떡 같이 알아듣는 인형들이 새집 문을 열으니 졸린 박쥐들은 느릿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날지 못하는 새끼들은 인형이 직접 안아서 넣었다.
서고 안에서 벌레를 잡아 먹는 박쥐들도 다 들어가니 인형들이 새집의 문을 닫았다. 쵸로마츠는 남은 손으로 새집을 들고 서고 밖으로 나갔다. 새집과 간식을 든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서고 관리는 인형들이 대부분 하고 있어서 거의 힘쓸일 없기에 가끔 이럴때마다 힘을 쓰면 급격하게 피곤해졌다. 하지만 책을 갉아먹는 것들을 없애기 위해선 해야하는 일이기에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쵸로마츠는 다시 서고 안으로 들어가 짐꾸러미를 들었다. 열심히 박쥐를 데리고 왔던 인형들이 쵸로마츠를 빤히 보았다. 쵸로마츠는 인형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하고 서고 문을 밀폐 하기 전에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발화."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타닥 부싯돌을 부딛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만간 붙 붙은 향은 서고에 가득할 것이다. 독한 연기를 맡기 전에 서둘러 서고 문을 닫았다. 계속 따라오는 열쇠를 들어 문을 잠그는 것으로 서고를 완전히 밀폐했다. 앞으로 이틀동안 소독이 진행 될 예정이다.
오늘 할 일을 끝낸 쵸로마츠는 모자를 벗고 햇빛이 드는 작은 잔디밭에 앉았다. 학교로 들어가기 전 잠시 여유를 가지기 위해 짐꾸러미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어디서 간식 냄새를 맡았는지 오소마츠, 카라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서고가 있는 학교 뒷편으로 왔다.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간식을 다 먹어도 지금은 기분이 좋아서 냅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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