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흑좌온 후기를 써보자면 이번 흑좌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6개월동안 배웠던 그래픽툴들을 총동원해서 표지도 직접 만들고, 안에도 최대한 예쁘게 만들어보고, 별거 아니였지만 j쿼리도 활용해서 웹페이지 형식의 인포페이지도 만들어보고, 급기야 플래시로 홍보영상도 만들었습니다.
마감때문에 잠도 못자고 마감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해서 어깨랑 무릎이 아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정말 흑좌온에서 낼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미친짓 좀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흑좌온 4회도 개최예정이라서 이번 책이 마지막이 되지 않았습니닼ㅋㅋㅋ
그래도 흑좌온이 또 열린다니 너무 좋습니다 흑ㅎ긓그흑 흑좌온 영원해라ㅠ
다음 책은 과연 어떤 미친짓을 할지 고민이 되는 군여. 현재로는 예약한정 굿즈를 제작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음을 기약하며 마지막편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ps. 그리고 이번 책은 완전 매진되어서 제 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 통판을 원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밑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책 상황은 76페이지에 6000원입니다.
2박 3일 짧은 합숙을 다녀온 아카시는 며칠 뒤에 백부가 초대한 불청객과 잠자리를 가져야 했다. 리프팅 시술을 한 얼굴과 달리 손과 목에 주름이 많은 사람은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아카시를 보고 아름답다고 한 그의 입에선 지독한 냄새가 나왔다.
생각보다 빨리 일을 치루고 불청객이 가자마자 2층에 있는 욕실로 갔다. 사용인들에 의해 이미 욕조에는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따뜻한 김이 나오는 물에서는 심신을 안정시켜준다는 라벤더 향이 풍겨왔다. 샤워를 마치고 그 목욕물에 몸을 담그며 코웃음이 나왔다. 가증스러운 라벤더 향이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아카시는 욕조에 누워 천장에 난 창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후 3시는 아직 노을이 지지 않아 푸른색 그대로였다. 그 푸른색이 자신이 담든 욕조에 물드는 것을 상상하며 그는 눈을 감았다. 그러고 있으면 의식의 저편에서 자기를 안아주는 쿠로코를 상상할 수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 가운을 입은 채로 방에 들어가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그의 방을 열쇠로 여는 소리가 들렸다. 항상 잠그는 문을 여는 마스터 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집안에 한 사람밖에 없었다.
수건을 꽉 쥐고 문을 노려보니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람은 백부였다. 집에 일찍 오는 일이 극히 드문 사람이 들어오니 놀라우면서도 불쾌했다.
머리카락 색부터 해서 아카시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백부는 그에게 다가오지 않고 문 앞에 섰다. 이 집의 집사만큼이나 표정이 없는 백부는 위압감이 드는 눈빛으로 잔뜩 굳은 아카시를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도 ‘아카시 세이쥬로’인가.”
그 말을 들은 아카시는 소름이 돋았다. 이중인격인 것을 나름 집안 사람들에게 잘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백부는 감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체가 드러난 아카시는 굳은 얼굴로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접니다.”
그러자 백부는 반갑다고 인사했다. 감정이 없던 검은 눈동자가 순간 아카시를 불쌍하게 보았다.
“너도 이런 일을 당하는 게 괴로울 텐데 다 받아주고 있다니 참 자상한 아이구나.”
여태까지 학대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위로랍시고 말하는데 그 말이 너무 불쾌해서 온 몸을 긁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아카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부는 계속 말했다.
“그 괴로운 걸 네가 짊어질 필요 없다. 동정심 때문에 억지로 나오지 마라. 너는 그전에도 그랬듯이 그 애가 자살하지 않게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백부의 말을 들은 아카시는 얼굴 근육이 떨리는 채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백부님 말대로 하겠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해주자 백부는 만족했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방으로 나갔다. 방문이 다시 닫히고 그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다리에 힘이 빠진 아카시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가해자에게 위로 받는 처지가 우스워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잘난 그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웃다가 배가 아픈 아카시는 침대에 머리를 기댔다. 이 상황의 키를 잡은 건 자신의 마음가짐이었다.
***
겨울방학이 끝나고 3학년을 대비한 봄방학을 앞둔 시기였다. 간만에 방과후 연습을 끝내고 쿠로코와 아카시는 체육관에 남았다. 그가 학교 체육관에 남는다는 말에 쿠로코는 집에서 사람이 오지 않냐고 걱정했다. 그러자 아카시는 어느새 또 다른 아카시가 되어서 괜찮다고 대답했다. 갑자기 튀어 나온 그에게 쿠로코는 놀라서 왜 나왔냐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또 다른 아카시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순간 불안감이 없는 그 깨끗한 표정이 아무 것도 몰랐던 작년 초로 돌아 온 느낌이었다.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쿠로코는 개별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을 시작하고 한 시간도 안 돼서 쿠로코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점심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평소보다 더 힘들었다. 그 동안 체력이 많이 늘었다고 자부했는데 아직 아닌 모양이다.
물병이 있는 체육관 상단까지 갈 힘이 없어서 그는 그냥 차가운 바닥에 누웠다. 데워진 몸을 그렇게 식히니까 추워도 기분은 좋았다. 그러고 있는 쿠로코에게 또 다른 아카시도 연습을 쉬고 다가와 옆에 앉았다.
그는 쿠로코를 내려다 보다가 땀에 젖은 이마를 제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보송보송한 감촉이 편안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좋아하니까 해주는 건데.”
말을 들은 순간 쿠로코는 움찔거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제 눈을 가리는 수건을 치우고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눈이 마주친 또 다른 아카시는 전혀 웃지 않았다. 이렇게 진지한 얼굴은 합숙 때 보고 두 번째였다. 그는 쿠로코의 어깨를 잡고 계속 말했다.
“처음에 농구부에 가입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바로 나였어. 비록 하루하루 괴롭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내가 들어온 거야. 걔는 나 때문에 어영부영 들어 온 거고. 연습하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 너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널 좋아할 수 있었으니까.”
붉고 노란 눈동자에서 전해지는 마음은 순수했다. 가면을 벗고 속마음을 말해주는데 문제는 쿠로코였다. 좋아하는 아카시의 얼굴로 말하는 건데도 전혀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고 찌른 듯이 아팠다. 쿠로코가 미간을 찌푸리자 또 다른 아카시도 같이 괴로운 듯 미간은 찌푸렸다.
“툭하면 죽겠다고 하는 걔보다 내가 더 좋지 않아? 옆에서 그거 받아주는 데 괴로웠잖아. 너도 같은 피해자야. 나라면 네가 언제든지 기댈 수 있게 할 수 있어. 날 선택하면 아무 걱정 안 하게 해줄 수 있어.”
약해진 마음을 건드려 유혹하는 말이 달콤해서 잠깐이 마나 넘어 갈 뻔 했다.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쿠로코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은 떼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상치 않는 표정을 짓는 그의 앞에서 정자세로 앉아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이런 저라도 좋아해주신 거 감사합니다만 저에겐 오직 한 사람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에게 계속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좋아하면 돼. 나도 ‘아카시 세이쥬로’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심지가 굳은 쿠로코는 고개를 푹 숙이고 끝까지 또 다른 아카시의 맘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의 앞에서 또 다른 아카시는 더 말하려고 했다가 이내 입을 꽉 다물었다. 바닥만 보이는 쿠로코에겐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또 다른 아카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고 체육관을 나갔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져서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쿠로코는 계속 앉아 있었다.
***
방 안에 앉아있는 아카시는 시계를 보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집사가 미리 말한 불청객이 온다는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 속에서 계속 불러보고 있지만 그는 문을 걸어 잠근 채로 응답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나온 건 그 때 이후로 두 번째였다. 불길한 예감에 벌써부터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손톱으로 제 손을 박박 긁고 있던 그는 결국 밖으로 난 창문을 보면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쿠로코가 있는데 또 다시 그런 기분은 절대로 겪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매번 자신을 걱정하면서 괴로워하는 것도 보기 싫었다. 굳게 다짐을 한 그는 창가로 가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보면서 어떻게 뛰어 내리면 최대한 다치지 않을지 가늠했다.
그때, 잠근 문을 열쇠로 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아카시는 뒤돌아 벽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불청객이 온다고 한 시간이 아직 안 되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들어온 사람을 확인했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백부였다. 백부와 눈이 마주치자 아카시는 온 몸이 잔뜩 굳어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 아카시를 조용히 관찰하던 백부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약속대로 그 애가 아니군.”
그의 말에 아카시는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또 다른 인격과 이 사람 사이에서 미리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배신감과 두려움에 아카시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창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달달 떠는 손으로 단단히 잠긴 창문을 열기 힘들었다.
백부는 그런 아카시를 그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 당겼다. 눈물이 맺힌 붉은 눈을 차가운 검은색 눈으로 내려보면서 말했다.
“오늘은 나다.”
백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카시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어떻게 해서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는 아카시를 두 팔로 짓눌렸다. 그에 의해 찢겨지는 옷을 보면서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그래도 소용이 없자 자신을 배신한 또 다른 인격이 있는 방 앞에서 매달렸다.
“제발. 안 돼, 살려줘!”
하지만 그는 계속, 학대가 끝날 때까지 구해주지 않았다.
결국 아카시는 필사적으로 쥐고 있던 끈을 스스로 놓았다.
***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활짝 핀 꽃과 함께 3학년 된 쿠로코는 대선배가 됐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긴장되었다. 그리고 봄방학 때 만나지 못한 아카시를 다시 보는 것 때문에 심장은 더 두근거렸다. 봄방학 하기 전 또 다른 아카시가 자신에게 고백했던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라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거라 믿었다. 좋아하는 건 무리지만 그가 원한다면 가장 친한 친구로서 남아주고 싶었다.
바글바글 모여있는 신입생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첫 날이 지나고 다음날이 돼서야 아카시를 만날 수 있었다. 작년에 부부장을 맡은 미도리마가 있었는데도 이례적으로 부장이 된 아카시는 먼저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뒤에서 인사하니 아카시는 살짝 놀라고 뒤돌아 보았다.
“테츠야, 뒤에서 나오지 마.”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다른 것을 보아 그가 또 다른 아카시 인 것을 알아챘다. 만나고 싶었던 아카시가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그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던 것이 미안해서 자신의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일부러 친근하게 인사했다.
“방학 잘 보내셨나요? 아카시 군.”
“계속 집에만 있었어.”
살짝 웃고 있는 쿠로코와 달리 또 다른 아카시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전과 다른 모습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그는 그제야 눈웃음 쳤다.
“아니, 전혀.”
그렇게 말하는 그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으나 쿠로코는 수긍하고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능글맞고 속내를 감추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안심하고 믿기로 했다.
연습을 시작하겠다는 코치의 말에 쿠로코는 아오미네가 있는 제자리로 갔다. 그러는 동안 또 다른 아카시는 부장으로써 부원들 앞에 섰다.
그렇게 안심한 쿠로코가 다시 불안해진 것은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고부터이었다.
그 열흘 동안 농구부에는 신입생들이 찾아와서 입단테스트를 했고, 새로 바뀌어진 레귤러들은 한창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부원들은 새 부장의 방침에 막 익숙해질 참이었다. 많은 일이 있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카시 세이쥬로’는 또 다른 아카시였다. 한번도 본래의 아카시가 나오지 않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신경을 갉아 먹을 정도로 불안해진 쿠로코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또 다른 아카시를 따로 불렸다. 부원들이 다 가고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쿠로코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열흘 동안 지켜봤습니다만, 한번도 그가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쿠로코가 잔뜩 긴장한 표정인 반면에 또 다른 아카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아, 걔 죽었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해서 쿠로코는 순간 자신이 잘 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멍한 표정으로 다시 물어보자 또 다른 아카시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다시 말해줘? 죽었다고. 이제 여기에 없어.”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죽어요.”
쿠로코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충격에 말이 자꾸 떨렸다. 농담하지 말라는 식으로 억지로 웃기까지 했지만 또 다른 아카시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차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죽는다는 표현보단 인격이 사라졌다고 하는 게 이해하기 쉽겠어. 아무튼 걔는 백부한테 당한 충격에 끝내 견디기 못하고 스스로 끈을 놔버렸어. 그래서 이 안에서 완전히 깔끔하게 사라진 거야.”
또 다른 아카시는 쿠로코를 억지로 이해시켰다. 엄청난 충격이 그를 강타해서 이성마저 사라졌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입을 힘겹게 움직여서 물었다.
“……그가 왜 당했어요?”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쿠로코는 잘 나불대던 입을 굳게 닫고 있는 그의 교복을 꽉 잡고 다시 물었다.
“왜 당했냐고 묻잖아요. 당신이 있는데 왜 세이쥬로 군이 당했는지 어서 말해요! 어서!”
그래도 대답하지 않는 또 다른 아카시에게 쿠로코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그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아무 힘이 없는 자기대신 지켜달라고, 당신 밖에 없다고.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요! 근데 왜요. 왜!”
이성이 날아간 쿠로코는 또 다른 아카시를 벽으로 밀어 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맞받아쳤다.
“너는……. 너는 나하고 한 약속 한번이라도 지켜줬어? 난 여러 번 너에게 손을 뻗었어. 하지만 나를 한번도 봐주지 않았잖아.”
그의 말에 쿠로코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또 다른 아카시에게 힘들면 안아주겠다고 먼저 말했던 일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그래, 그는 아카시 밖에 보이지 않아서 또 다른 아카시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일이 이렇게 될 정도로 잘못된 일이었던 걸까. 의식의 한 켠에서 죽고 싶다고 자신을 비난했던 아카시가 떠올랐다.
“안돼. 이럴 순 없어요.”
쿠로코는 또 다른 아카시를 붙잡고 울었다. 평소에 움직이지 않는 얼굴 근육이 소리치면서 절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또 다른 아카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이 메어서 긁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데려와 주세요. 저는 세이쥬로 군이 없으면 못 살아요. 이렇게 부탁 드릴게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제발 세이쥬로 군을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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