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흑] 인어를 위한 소야곡 4
* 이 글은 1월 31일 청흑성인온에 낼 책의 맛보기 용 글입니다. 에필로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공개될 예정입니다. (성적인 부분은 비밀글)
안녕하세요. 아오입니다.
이제 청흑온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에필로그랑 그 침대...ㅆ..ㅣ..ㄴ.... 남았는데 마감은 이틀앞까지 왔네요. 그래도 청흑온이 무사히 열리길 바랍니다!!! 제가 이틀 안자면 되죠!
아무튼 우리 무사히 테츠오빠 생일에 만납시다ㅠㅠㅠ
참고로 우선 내일까지 이 책의 수량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여기로 [ http://me2.do/FIFzAzpv ] 조사에 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청흑온 끝나는 다음주 ㄷ...대망의 5편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쿠로코를 보좌하는 궁녀들이나 혹시나 인어가 날뛸까봐 감시하고 있는 금군 병사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평안재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왔다. 쿠로코는 얼굴하나 들이매밀지 않았던 그들이 왜 자신을 만나려 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오미네와 산책을 갔다온 이후로 사람들이 찾아 온 것을 보아 왠지 아오미네가 그들에게 쿠로코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언급했음을 짐작했다.
아무튼 시작이 어찌되었든 쿠로코는 방문자들 덕분에 갑자기 없던 일정이 생겨나 바빠졌다. 쿠로코를 만나러 온 사람들은 딱 보아도 이 나라의 귀족같은 사람들이었다. 아오미네의 신하인 이마요시와 똑같이 생긴 관복을 입은 사람에서 시작해 고급스럽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한껏 치장해서 온 귀부인들까지 찾아왔는데 올 때마다 인어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화려하게 장식한 공예품, 딷 봐도 귀해보이는 과일이나 약초들, 아름다운 옷감, 심지어 남자인 쿠로코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장신구까지 있어서 받을때마다 부담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
인어도 아닌데 머리카락과 눈동자 때문에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했고 엄청난 관심을 견디기 힘들어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하도 기운이 없어 여기를 나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마저 들지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주일이 지나자 쿠로코가 몸져 붑기 전에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구경하는 괜객들처럼 찾아오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끽해야 하루에 두 명 정도 짧게 만나려 와서 어느정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래도 그들이 가져오는 선물들은 부담스러워 공예품은 제외하고 모두 궁녀들과 금군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던 어느 날, 궁에서 상주하는 화공들이 찾아왔다. 인어가 궁에 왔다는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초상화를 그리겠다고 하는 그들에게 쿠로코는 어색하고 귀찮아서 사양했지만 그의 의견은 가볍게 관찰되었다. 결국 언제나 적극적인 궁녀들에 의해 쿠로코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화려한 옷으로 챙겨입고 화공들 앞에서 앉게 되었다. 그래도 선물 받은 장신구도 채우려고 하는 궁녀들의 의지는 꺾을 수 있었다.
그들 중에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사람이 붓을 들고 쿠로코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은 메모할 책과 세필붓을 들고 쿠로코의 옆에서 바닷속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마치 연예인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것과 같았다. 모델인 키세라면 이런 상황이 익숙하겠지만 단순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 쿠로코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래도 그들은 기록을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입장이니 성심껏 바다가 아닌 도쿄와 일본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쿠로코가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설명하는 탓에 물어본 사람은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쿠로코의 말을 받아적었다.
몇 시간 뒤 어느 정도 밑그림을 다 그린 화공들이 나중에 완성된 그름을 들고 찾아 오겠다며 평안재를 떠났다. 그들이 배웅하고나니 어느새 푸른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저 앉아있는 것뿐이었는데도 더운 날씨에 한껏 차려입은채로 긴장하고 있어서 강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무거운 비단 덧옷을 벗은 쿠로코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지 않고 바로 침대에 털썩 누웠다.
오늘은 화공들 덕분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제 몹지 않게 피곤했다. 오늘 저녁도 먹기 싫은 쿠로코는 천천히 눈을 감으면서 내일은 부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만약 찾아올 거면 차라리 아오미네를 데리고 오든가. 원래 세계의 아오미네든 여기의 아오미네든 이젠 상관없이 둘 중에 누구든 보고 싶었다. 분명 그 얼굴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힘이 될 것이다.
평안재를 찾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며칠 전에 궁녀에게 들은 말로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쿠로코를 만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게 된 걸까.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어째든 쿠로코에겐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던 중 아오미네가 저녁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하라고 전갈을 보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갈을 전하러 온 궁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성 안에서 5일에 한번 야시장이 열리는 데 아오미네가 그 곳으로 잠행을 갈 예정이고 거기에 쿠로코도 동행하라는 내용이었다. 왜 잠행에 자신을 데려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야시장에 간다는 사실에 기대되었다. 원래 세계에 있는 야시장과 여기 야시장이 뭐가 다를지 상상하고 있던 쿠로코는 신나서 저도 모르게 계속 웃고 있었다.
저녁을 죽으로 간단하게 먹자, 궁녀들이 다른 옷으로 갈아 입혀주었다. 잠행을 가는 거라 전에 입혀준 옷들 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옅은 아이보리색의 바지를 입히고 위에는 황토색 모시 상의를 입혔다. 이번에는 허리띠도 매지 않았다. 그런데 특이한 건 얼굴도 가릴 정도로 큰 삿갓을 쓰여주었다. 챙이 넓고 깊어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삿갓이 불편해 벗으려고 했다가 쓰여준 궁녀에게 절대 벗지 말라고 혼났다.
“저희는 이제 괜찮습니다만 백성들은 인어님을 보고 심히 놀랐겁니다. 밖에선 절대 벗지 마세요.”
낭랑한 목소리를 낮게 깔고 그렇게 말하니 쿠로코는 식은 땀을 흘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제까지 살면서 별 의식하지 않았던 자신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 주리야.
초롱을 들고 길을 안내하는 금군 병사를 따라 다른 대문들보다 훨씬 작은 문에 도착했다. 그 곳에 있던 문지기는 삿갓을 쓴 쿠로코를 보고 소문의 인어임을 알아채고 잔뜩 긴장해 창을 바로 잡았다. 잠시 후 쿠로코가 온 길로 아오미네가 온다는 안내가 들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삿갓을 들어 아오미네를 보니 그도 쿠로코와 마찬가지로 수수한 옷을 입었다. 그러나 아무리 수수해보여도 남색 비단 덧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딱 봐도 귀족 나으리이었다. 삿갓을 쓴 쿠로코와 달리 남색 두건으로 된 모자를 쓴 것 말고는 당당히 얼굴을 드러낸 그를 보니 답답해 보이지 않아 부러웠다.
가까이 온 아오미네에게 인사했지만 궁녀가 절대 벗지 마라는 말을 잊지 않고 예의에 어긋날지라도 삿갓은 벗지 않았다. 그러자 아오미네는 오히려 만족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인들이 잘 가르쳤군. 그런식으로 절대 삿갓을 벗지말게.”
“하지만 이거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불편합니다.”
그래도 하늘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참으라는 아오미네가 얄미워 보였다. 그렇게 따지면 왕의 얼굴도 가려야 하는 거 아닌가. 쿠로코는 그에게 요목조목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다 그의 심기를 불편해져 자신을 야시장에 데려가지 않을까봐 입을 꾹 다물었다.
아오미네의 명령에 문지기가 문을 열자 마찬가지로 관복이 아닌 평범하게 입고 초롱을 든 금군 병사들과 함께 아오미네가 먼저 밖으로 나갔다. 뒤이어 나가는 쿠로코는 삿갓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발밑을 보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때 아오미네가 쿠로코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내 손을 잡아. 그러면 앞이 보이지 않아도 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거다.”
삿갓을 들어 환하게 웃는 아오미네를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뛰는 심장에 놀랐다. 아마 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에 들떠서 덩달아 그런거다. 쿠로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오미네의 호의는 무시할 수 없었서 쿠로코는 머뭇거리며 그의 손을 잡았다. 처음 잡은 그의 손은 굳은 살 위치가 원래 세계에 있는 아오미네와 달랐다. 아니 크기도 달랐다. 원래 세계의 아오미네의 손을 잡아 본 건 그가 아직 작았던 중학교때였다.
아무도 없는 샛길따라 계속 내려가보니 저만치에서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삿갓을 살짝 들어 앞을 보자 유독 밝은 불빛이 나는 곳이 있었다. 전등보다 어두운 초롱을 달아서 화려하게 밝지 않아도 한 눈에 저기가 야시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동료들과 야시장에서 불꽃놀이를 보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보았던 형형색색에 빛나던 아오미네가 문득 그리웠다.
드디어 도착한 야시장은 초입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에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쿠로코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들은 원래 세계의 사람들과 닮았으면서도 달랐다.
아오미네를 따라 야시장에 진입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전혀 치이지 않았다. 아마 남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아오미네 뒤에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주위 사람들이 아오미네를 피하는데 급급했다.
이 점을 의아하게 생각한 쿠로코는 삿갓을 살짝 들고 그들을 관찰해보았다. 자기들끼리 아오미네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나, 당황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오미네를 보고 반해 두 손을 꼭 모은 소녀들까지. 그들의 반응이 너무 신기해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을 놓친 것도 모르고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다.
그러나 아오미네가 잠시 멀어지자마자 존재감이 옅는 쿠로코는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파묻혔다. 앞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오미네를 찾았다. 키가 큰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쿠로코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고 자꾸 앞을 막고 있어서 가까이 가기 힘들었다.
계속 그렇게 사람에 치이다가 어떤 사람이 저도 모르게 손으로 쿠로코의 삿갓을 쳐버렸다. 하도 답답해서 처음부터 갓끈을 풀어놓았는데 그 때문에 쉽게 들리고 말았다. 뒤로 넘어가는 삿갓을 잡지 못해 그만 하늘색 머리카락 보여질 찰나 누군가가 삿갓을 잡고 다시 쿠로코에게 쓰였다.
“이 녀석! 어딜 혼자 돌아다닌 거야!”
버럭 소리 친 사람은 아오미네였다. 잔뜩 화가 난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거칠게 끌어 당겨 자신이 바짝 오게 만들었다. 갑자기 그의 품에 들어온 쿠로코가 당황해서 밀치자 그는 양 손으로 갓끈을 잡고 잡아 당겼다. 두 번 다시 갓끈이 풀어지지 않도록 그가 대신 묶어주었는데 어찌나 힘주어 묶던지 매듭 짓는 순간 숨이 막혀 기침이 나왔다.
“갑자기 없어지면 어떡해! 삿갓도 벗겨질 뻔 했지 않는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러면 내 손을 꽉 잡고 있어야지. 자네는 손 잡는 걸로는 안되겠다.”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고 아예 자신의 앞에 두고 갔다. 왼쪽으로 가면 쿠로코를 왼쪽으로 틀고, 오른쪽으로 가면 그를 오른쪽으로 트는 모양이 마치 자신이 자전거가 되어 운전당하는 느낌이었다. 잠깐 미아가 되었다지만 애들도 아니고 이런 자세는 굴욕적이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으나 그래도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아오미네의 앞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뒤로 뒷걸음쳤고, 다른 사람들은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사람은 아오미네와 눈을 마주쳤는지 눈동자를 돌리고 어색하게 휘파람을 불었고, 어떤 여인은 같이 온 아이가 손가락으로 아오미네를 가르키며 뭐라고 말하는 순간에 아이의 입을 막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단순히 덩치 큰 사람을 피한다고 하기엔 뭔가가 달랐다.
이거 잠행이라고 들었는데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니 이미 야시장에 왕이 왔음을 알아챈 것 같다. 하긴 따지고 보면 남들보다 덩치도 크고, 피부도 남들보다 새까매서 존재감이 엄청난 이 사람을 못 알아 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아오미네에게 달려들지 않고 최대한 모르는 척하는 그들이 참 상냥하다고 느껴졌다. 이 곳의 아오미네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받고 있었다.
그렇게 시장 중간까지 오자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어느 노점 앞으로 갔다. 노점에선 팔뚝이 굵은 아저씨가 힘차게 야끼소바 같은 것을 만들고 있었다. 근데 큰 중화팬에 면을 볶고 있는 건 맞지만 냄새는 야끼소바랑 달랐다.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계속 앞에 세운 상태로 노점에 있는 아저씨에게 국수 한 접시 달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새로 들어온 주문에 신나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가 아오미네를 보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그러나 바로 표정을 바꾸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 나으리, 얼마나 드릴까 굽쇼?”
“거 적당히 많이 주쇼.”
귀족같이 입고서는 부랑배를 따라하는 말투가 이상해서 쿠로코는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놀란 사람들과 달리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싱글벙글하게 웃고 있었다. 설마 자신이 완벽하게 변장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건가. 사람들이 어색한 변장을 속아주는 것도 모르고 있는 아오미네가 참 바보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와중에 그런 그가 아오미네가 예뻐보였다.
아저씨는 남들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이 얹은 야키소바 같은 국수를 떨리는 두 손으로 아오미네에게 주었다. 아오미네 앞에 있는 쿠로코가 받자 아저씨는 유령이 나타난 것 마냥 더 화들짝 놀랐다. 놀란 가슴을 쓸어만지는 노점 아저씨에게 미안했지만 어쨌든 국수를 받는 두 사람은 노점 옆에서 먹을 수 있는 자리에 갔다. 이미 사람들이 가득한 그 곳에 아오미네가 나타나자 제일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술 마시다 말고 화들짝 놀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저씨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 준 국수는 맛있었다. 확실히 간장소스 맛이 강한 야키소바보다 덜 짭조름했는데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향이 강했다. 그래도 입맛이 맞아 잘 먹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오미네는 먹지도 않고 쿠로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쿠로코가 삿갓을 들어 눈을 마주보자 예쁜 미소로 물어보았다.
“어떤가?”
“야키소바요? 맛있습니다.”
“아니, 국수 말고 이 거.”
라고 말하면서 아오미네는 자신을 가리켰다. 처음에는 입고 온 옷을 말하는 건가 싶었다. 쿠로코가 의아하게 보면서 옷 잘어울린다고 말하니 아오미네가 답답했는지 주위를 살펴보다가 쿠로코에게 속삭이며 ‘변장’이라고 말했다.
“이정도면 완벽하지? 가끔 야시장이 열릴 때마다 오는 데 아무도 눈치 못 챈다고.”
아오미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로코는 먹던 국수를 뿜었다. 아까부터 안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본인이 결정타를 날려준 바람에 쿠로코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전부터 여기 사람들이 이 바보같은 왕을 위해 필사적으로 모른 척했다고 생각하니 그 정성이 기특하고 웃겼다. 과연 그들은 아오미네가 올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쿠로코가 웃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테이블에 엎드려져 있자 아오미네는 그가 어디 아픈지 알고 당황했다. 어깨를 흔들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쿠로코는 가까스로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웃음끼가 가시지 않았던 터라 미간을 찌푸린 그의 얼굴이 귀여워서 다시 웃음 터졌다.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 속아 준 사람들을 생각해서 필사적 변명했다.
“당신이 멋져서 그랬습니다.”
“자네도 멋지네.”
뜬금없는 말에 놀라서 웃는 것도 멈추어졌다. 그러자 아오미네는 손을 뻗어 쿠로코의 뺨을 만졌다.
“항상 무표정이었다가 웃으니 이제야 인물이 훤하군. 앞으로도 계속 웃고 다니게."
그렇게 말한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바라보며 예쁘고 환하게 웃었다. 어루만져주는 손길과 그 미소에 쿠로코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아까 손을 잡아줄 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어서 이대로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터지고 심장이 너덜너덜 해질 것 같았다. 쿠로코는 아픈 심장을 부여잡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아오미네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